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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7 17:46 수정 : 2005.11.07 17:46

왜냐면

당국의 태도에는 국제통상법에 대한 무지와 함께 세계화 시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맹목적 민족주의나 한건주의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한-중 간의 김치 제품에 관한 갈등적 양상은 현재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양국의 통상 규모 및 앞으로의 발전적 관계를 고려할 때 정말 반복되어서는 안 될 사건들이다. ‘기생충알 김치’ 파동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양국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나라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가. 중국산 장어의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사건에서 지금의 ‘기생충 알 김치’ 사건 등을 통틀어 살펴볼 때 이번 책임의 상당 부분이 우리에게 있으며 우리의 책임이 중국보다 더 크다고 판단된다.

물론 국민의 생명 및 건강 보호는 통상에 우선하는 중요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위생 문제를 빙자한 각종 제도와 조처가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하나의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는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산 장어 사건의 경우 식품위생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말라카이트 그린이 과연 발암물질인지, 어느 정도 유해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산 장어에 대해 취했던 조처는 국민 위생에 관련된 무역조처라 하더라도 명백한 과학적 증거 제시를 요구하는 위생협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알 검출 문제도 앞선 중국산 민물고기 경우와 별로 다른 바 없는 시나리오로 진행되었다. 먼저 식약청은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인체에 해로운 ‘기생충 알’이 검출된 반면 국산 김치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함으로써 해당 중국산 김치에 대해서 수입 금지 및 폐기조처가 내려졌다. 김치 검사에서 발표까지 걸린 기간이 3일에 불과한 신중하지 못한 발표였다고 한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한국산 김치 등에서 역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면서 한국과 같은 조처를 취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언론들은 우리의 식품위생 및 통상정책의 현주소에 대한 자성보다는, 중국의 조처가 터무니없는 무역보복이라 점만을 부각시켰으며, 심지어는 그것이 협정에 위반된다고도 하였다.

며칠 전 식약청은 일부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이 기생충 알들은 모두 미성숙란으로 애벌레의 모양을 가진 자충포장란이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어 위해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어 발표를 하게 된다.

요컨대 우리 정부의 일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검사, 발표, 조처가 국제통상에 합치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중국과 불필요한 통상 마찰이 우려되었다. 결국 일본이 한국산 김치에 대한 통관 보류, 나아가 폐기처분하는 파장까지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정당국의 태도에는 국제통상법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세계화 시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맹목적 민족주의 또는 한건주의가 숨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류병운/영산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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