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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7 17:42 수정 : 2005.11.07 17:42

왜냐면

서울에서 문화 수용자가 되기보다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창조자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만약 벽지 학교라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과도 함께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고 또 함께 누리는 일도 중요할 것 같고 말이야.

막 걸음마를 시작한 너를 집앞 구멍가게에 데리고 가서 과자를 사 주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그런 네가 한 달 뒤에 교원 임용고시를 치르고, 합격한다면 내년 봄에는 어엿한 교사가 된다니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에 대견하다는 느낌이 더하여지는구나.

너는 지난 추석 때 지역을 어디로 택할지, 서울이냐 경기냐 전북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유는 서울로 가고 싶은데 합격하지 못할까 염려되어서라고 하였고, 왜 서울이어야 하느냐는 나의 되물음에 ‘그냥’이라고 희미하게 대답하다가 끝내는 너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지. 앞으로는 지역마다 보수에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교장·교감으로 승진할 기회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왕이면 문화환경이 더 좋은 곳에서 생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촌지 때문에”라는 대답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말은 나오지 않더구나.

조카야! 삼촌이 너에게 한국교원대학교에 진학하라고 권유하였던 것은 좋은 교사가 되어 이 사회와 나라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일조해 달라는 바람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네 성품이라면 사심 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며 지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사 보수와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아무리 못난 나라가 된다고 해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동량들을 키워내는 교사들의 월급을 못 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 참,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날 것이라고 그랬지? 글쎄 그럴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차이가 얼마나 나겠느냐? 아무리 그래도 끼니를 걱정할 만큼 적게 주지는 않을 것 아니겠느냐? 돈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란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지장 없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너는 교감·교장 되는 데 유리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지? 그래 교장·교감도 중요하지. 모든 조직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교장 선생님의 의지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벌써부터 교장·교감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어쩐지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걸 하지 않겠노라고 버틸 이유도 없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 아닌가?

또, 문화생활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래 문화생활도 중요하지. 그런데 인터넷 시대에 문화생활을 위해 서울을 고집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구나. 물론 서울이 지방보다 나을 수 있겠지만 서울에서 문화 수용자가 되기보다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창조자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만약 벽지 학교라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과도 함께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고 또 함께 누리는 일도 중요할 것 같고 말이야.


말하지 않아서 고마웠지만 혹시라도 네 마음 한 구석에 “촌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오”라는 말이 살아 있었다면 그것만큼은 아무리 네가 나이를 먹었다 하더라도 삼촌은 못 본 척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너도 스스로 다짐을 하였을지 모르지만 교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교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어떤 경우라도 촌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촌지를 받는 것은 교사임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교사는 지도자이니까. 교사를 보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배우니까. 또 편애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받기만 하고 안 받은 것처럼 한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불가능한 때문이다. 촌지를 받게 되면 아이들을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기에, 아니 몇 달 후면 선생님이 되는 너이기에 너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만 꼭 우리 고장이 아니더라도 서울이 아니라 지방을 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삼촌의 생각만은 확실하게 전해주고 싶구나. 교사로서 해야 할 일과 보람은 서울보다는 오히려 시골에서 더 크게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 욕심을 버리고 오직 아이들을 사랑하는 욕심만 부리는, 그리하여 아름다운 교사로 존경받는 조카가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우리 서로 좋은 교사 되기를 경쟁해 보자꾸나.

2005년 11월에 삼촌이

권승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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