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관해 1차적으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보충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있다. 형사소송은 피고인에게 국가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로서 징역형으로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고 심지어 사형이라는 형벌로 생명까지 박탈할 수 있는 만큼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검찰에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탄핵심판은 이러한 형사소송과 달리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등의 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가 아니라, 단지 그 직위에서 파면하고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사소송에는 죄 없는 자의 억울한 처벌을 막자는 정신이 대원칙으로 작용하지만, 탄핵심판에는 탄핵심판대상자인 피청구인의 보호보다 헌법 수호와 주권자인 국민의 보호가 더 상위 개념이고 우선적 이념으로 작용하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 절차에 형사소송 법규가 준용되더라도 탄핵심판의 이념과 제도적 본질에 맞게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야 하고, 바로 그것이 ‘준용’의 올바른 의미이다. 첫째,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은 형사소송의 피고인에게 보장하는 수준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못하고 홀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피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은 많은 정보와 다양한 무기를 가진 권력자이지 않은가? 박근혜의 변호인들이 피청구인의 방어권 운운하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다. 둘째, ‘엄격한 증명’이라는 증거법의 대원칙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박근혜의 국정농단 실태를 최순실이 무슨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것을 고영태가 들었고, 그 내용을 고영태로부터 전해 들은 언론이 보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고영태의 진술이나 언론의 보도는 최순실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 즉 전문증거(傳聞證據)로서 아예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소송이지만, 탄핵심판에서는 그러한 전문증거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증명의 정도’와 ‘입증책임’도 수정되어야 한다. 형사소송에서는 검찰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확신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달라야 한다. 확신의 단계에 못 미치는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증명의 정도는 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날마다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의 의혹이 불거지고 그 증거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상황 자체로 박근혜의 독직 의혹을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입증한 것이다. 여기서 형사소송과는 다르게 그간 의혹이 제기된 모든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는 점을 피청구인이 입증하여야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헌법재판관이 모두 허위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헌재로서는 ‘뇌물죄의 함정’에 빠져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인지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아니 되며,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논란이 될 정도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는 정도의 사실인정에서 그쳐야 한다. 그러한 위법행위로 인해 중대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고 그 우려를 떨쳐낼 수 없는 한, 헌법 침해의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탄핵인용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그간 행적은 국민과 헌법을 조금 훼손하는 정도 또는 그럴 우려가 아니라, 아예 송두리째 이미 파괴했고 철저히 유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어느 모로 보나 헌재는 시간을 끌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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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탄핵심판, 헌재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 배경렬 |
배경렬
변호사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관해 1차적으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보충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있다. 형사소송은 피고인에게 국가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로서 징역형으로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고 심지어 사형이라는 형벌로 생명까지 박탈할 수 있는 만큼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검찰에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탄핵심판은 이러한 형사소송과 달리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등의 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가 아니라, 단지 그 직위에서 파면하고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사소송에는 죄 없는 자의 억울한 처벌을 막자는 정신이 대원칙으로 작용하지만, 탄핵심판에는 탄핵심판대상자인 피청구인의 보호보다 헌법 수호와 주권자인 국민의 보호가 더 상위 개념이고 우선적 이념으로 작용하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 절차에 형사소송 법규가 준용되더라도 탄핵심판의 이념과 제도적 본질에 맞게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야 하고, 바로 그것이 ‘준용’의 올바른 의미이다. 첫째,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은 형사소송의 피고인에게 보장하는 수준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못하고 홀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피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은 많은 정보와 다양한 무기를 가진 권력자이지 않은가? 박근혜의 변호인들이 피청구인의 방어권 운운하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다. 둘째, ‘엄격한 증명’이라는 증거법의 대원칙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박근혜의 국정농단 실태를 최순실이 무슨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것을 고영태가 들었고, 그 내용을 고영태로부터 전해 들은 언론이 보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고영태의 진술이나 언론의 보도는 최순실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 즉 전문증거(傳聞證據)로서 아예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소송이지만, 탄핵심판에서는 그러한 전문증거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증명의 정도’와 ‘입증책임’도 수정되어야 한다. 형사소송에서는 검찰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확신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달라야 한다. 확신의 단계에 못 미치는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증명의 정도는 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날마다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의 의혹이 불거지고 그 증거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상황 자체로 박근혜의 독직 의혹을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입증한 것이다. 여기서 형사소송과는 다르게 그간 의혹이 제기된 모든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는 점을 피청구인이 입증하여야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헌법재판관이 모두 허위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헌재로서는 ‘뇌물죄의 함정’에 빠져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인지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아니 되며,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논란이 될 정도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는 정도의 사실인정에서 그쳐야 한다. 그러한 위법행위로 인해 중대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고 그 우려를 떨쳐낼 수 없는 한, 헌법 침해의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탄핵인용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그간 행적은 국민과 헌법을 조금 훼손하는 정도 또는 그럴 우려가 아니라, 아예 송두리째 이미 파괴했고 철저히 유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어느 모로 보나 헌재는 시간을 끌 아무런 이유가 없다.
변호사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관해 1차적으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보충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있다. 형사소송은 피고인에게 국가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로서 징역형으로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고 심지어 사형이라는 형벌로 생명까지 박탈할 수 있는 만큼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검찰에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탄핵심판은 이러한 형사소송과 달리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등의 형벌권을 부과하는 절차가 아니라, 단지 그 직위에서 파면하고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사소송에는 죄 없는 자의 억울한 처벌을 막자는 정신이 대원칙으로 작용하지만, 탄핵심판에는 탄핵심판대상자인 피청구인의 보호보다 헌법 수호와 주권자인 국민의 보호가 더 상위 개념이고 우선적 이념으로 작용하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탄핵심판 절차에 형사소송 법규가 준용되더라도 탄핵심판의 이념과 제도적 본질에 맞게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야 하고, 바로 그것이 ‘준용’의 올바른 의미이다. 첫째,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은 형사소송의 피고인에게 보장하는 수준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못하고 홀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피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은 많은 정보와 다양한 무기를 가진 권력자이지 않은가? 박근혜의 변호인들이 피청구인의 방어권 운운하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꼼수일 뿐이다. 둘째, ‘엄격한 증명’이라는 증거법의 대원칙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박근혜의 국정농단 실태를 최순실이 무슨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것을 고영태가 들었고, 그 내용을 고영태로부터 전해 들은 언론이 보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고영태의 진술이나 언론의 보도는 최순실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 즉 전문증거(傳聞證據)로서 아예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소송이지만, 탄핵심판에서는 그러한 전문증거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증명의 정도’와 ‘입증책임’도 수정되어야 한다. 형사소송에서는 검찰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확신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달라야 한다. 확신의 단계에 못 미치는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증명의 정도는 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날마다 온갖 비리와 국정농단의 의혹이 불거지고 그 증거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상황 자체로 박근혜의 독직 의혹을 상당한 개연성의 정도로 입증한 것이다. 여기서 형사소송과는 다르게 그간 의혹이 제기된 모든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는 점을 피청구인이 입증하여야 할 것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헌법재판관이 모두 허위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헌재로서는 ‘뇌물죄의 함정’에 빠져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인지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아니 되며,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논란이 될 정도의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는 정도의 사실인정에서 그쳐야 한다. 그러한 위법행위로 인해 중대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고 그 우려를 떨쳐낼 수 없는 한, 헌법 침해의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탄핵인용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그간 행적은 국민과 헌법을 조금 훼손하는 정도 또는 그럴 우려가 아니라, 아예 송두리째 이미 파괴했고 철저히 유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어느 모로 보나 헌재는 시간을 끌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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