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켰다. 정치의 모든 것이 변하겠지만, 우리 외교도 급변해야 한다.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한 중국 고전 관자의 한 구절이라 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한-중 양국 간 신뢰관계에 대한 기대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 외교 관계자는 “이러한 청와대 연설문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작품”이라며 “개인 경험도 많았지만, 중국 고전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대통령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성과에 대한 보도 내용이다. 정상 외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한 연설문을 정말로 직접 작성했는지,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가 그리도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외교가 내용보다 포장에 지나치게 신경써온 것은 아닌지, 최고위층인 브이아이피(VIP) 일인의 스타일을 위한 외교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스타일이고, 그걸 잘 아는 외교부 지도부가 코드를 거기에 맞춘 결과는 아닌가. 외교부 동북아국에 가보면 중국 고전들이 담당과에 잔뜩 꽂혀 있다. 대통령이 정상회의나 연설에 사용할 적절한 고사성어를 찾기 위해서란다. 대통령 임기 말에 외교부가 하는 주요 업무는 브이아이피가 좋아하는 지역 위주로 국빈출장을 만들어드리는 일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려면 정상의 해외방문 성과가 필요하니, 이것저것 성과 스토리를 지어내기 바쁘다. 그동안 우리 직업 외교관들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온 방향을, 윗사람의 편의를 위한 외교, 윗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외교로 규정짓는 것이 지나친 과장일까. 통일 대박론과 대북한 강경정책. 중국의 대북 조정자 역할에 대한 헛된 기대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의 손쉬운 타협. 조정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과 갑작스런 사드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그에 따른 중국의 한류 진출에 대한 보복. 해외순방 때 동행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그리고 이들의 해외개발원조 사업 참여 등. 설마 우리 외교에도 최순실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최순실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문화융성정책을 조용히 진행하기 위해 강경 대외정책으로 국민들의 주의를 돌리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통일대박을 외치면 외칠수록 북한은 반발하게 되고, 안보 논리로 국민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기에, 문화융성정책을 통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이 용이하다고 본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이런 음모론적 비판들조차도 솔깃하게 들리는 것이 문제다. 구태의연한 1970년대 외교, 의전외교 수준에 머문 것을 한탄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권력사유자의 스타일 맞추기에 할애하도록 구조화해버린 직업외교관 제도의 모습은 안쓰럽다. 외교력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잘못된 리더십과 스타일에 충실히 봉사한 기간은 고스란히 우리 미래 외교의 부담으로 쌓인다. 외교는 오로지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 외교부 지도층의 역할은 이런 봉사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봉사에 방해되는 요소들로부터 그 기능을 지켜내는 데 있다. 왕조시대에도 왕을 위해 고사성어 찾기에 앞장서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은 내시들의 몫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적어도 박근혜 ‘스타일 외교’를 전문외교에서 영원히 지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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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근혜 ‘스타일 외교’ 벗어나, 전문외교 정착 계기로 / 최원목 |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켰다. 정치의 모든 것이 변하겠지만, 우리 외교도 급변해야 한다.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한 중국 고전 관자의 한 구절이라 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한-중 양국 간 신뢰관계에 대한 기대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 외교 관계자는 “이러한 청와대 연설문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작품”이라며 “개인 경험도 많았지만, 중국 고전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대통령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성과에 대한 보도 내용이다. 정상 외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한 연설문을 정말로 직접 작성했는지,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가 그리도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외교가 내용보다 포장에 지나치게 신경써온 것은 아닌지, 최고위층인 브이아이피(VIP) 일인의 스타일을 위한 외교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스타일이고, 그걸 잘 아는 외교부 지도부가 코드를 거기에 맞춘 결과는 아닌가. 외교부 동북아국에 가보면 중국 고전들이 담당과에 잔뜩 꽂혀 있다. 대통령이 정상회의나 연설에 사용할 적절한 고사성어를 찾기 위해서란다. 대통령 임기 말에 외교부가 하는 주요 업무는 브이아이피가 좋아하는 지역 위주로 국빈출장을 만들어드리는 일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려면 정상의 해외방문 성과가 필요하니, 이것저것 성과 스토리를 지어내기 바쁘다. 그동안 우리 직업 외교관들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온 방향을, 윗사람의 편의를 위한 외교, 윗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외교로 규정짓는 것이 지나친 과장일까. 통일 대박론과 대북한 강경정책. 중국의 대북 조정자 역할에 대한 헛된 기대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의 손쉬운 타협. 조정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과 갑작스런 사드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그에 따른 중국의 한류 진출에 대한 보복. 해외순방 때 동행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그리고 이들의 해외개발원조 사업 참여 등. 설마 우리 외교에도 최순실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최순실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문화융성정책을 조용히 진행하기 위해 강경 대외정책으로 국민들의 주의를 돌리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통일대박을 외치면 외칠수록 북한은 반발하게 되고, 안보 논리로 국민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기에, 문화융성정책을 통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이 용이하다고 본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이런 음모론적 비판들조차도 솔깃하게 들리는 것이 문제다. 구태의연한 1970년대 외교, 의전외교 수준에 머문 것을 한탄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권력사유자의 스타일 맞추기에 할애하도록 구조화해버린 직업외교관 제도의 모습은 안쓰럽다. 외교력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잘못된 리더십과 스타일에 충실히 봉사한 기간은 고스란히 우리 미래 외교의 부담으로 쌓인다. 외교는 오로지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 외교부 지도층의 역할은 이런 봉사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봉사에 방해되는 요소들로부터 그 기능을 지켜내는 데 있다. 왕조시대에도 왕을 위해 고사성어 찾기에 앞장서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은 내시들의 몫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적어도 박근혜 ‘스타일 외교’를 전문외교에서 영원히 지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켰다. 정치의 모든 것이 변하겠지만, 우리 외교도 급변해야 한다. “일년지계 막여수곡, 십년지계 막여수목, 백년지계 막여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한 중국 고전 관자의 한 구절이라 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한-중 양국 간 신뢰관계에 대한 기대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 외교 관계자는 “이러한 청와대 연설문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작품”이라며 “개인 경험도 많았지만, 중국 고전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대통령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성과에 대한 보도 내용이다. 정상 외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한 연설문을 정말로 직접 작성했는지,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가 그리도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외교가 내용보다 포장에 지나치게 신경써온 것은 아닌지, 최고위층인 브이아이피(VIP) 일인의 스타일을 위한 외교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스타일이고, 그걸 잘 아는 외교부 지도부가 코드를 거기에 맞춘 결과는 아닌가. 외교부 동북아국에 가보면 중국 고전들이 담당과에 잔뜩 꽂혀 있다. 대통령이 정상회의나 연설에 사용할 적절한 고사성어를 찾기 위해서란다. 대통령 임기 말에 외교부가 하는 주요 업무는 브이아이피가 좋아하는 지역 위주로 국빈출장을 만들어드리는 일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려면 정상의 해외방문 성과가 필요하니, 이것저것 성과 스토리를 지어내기 바쁘다. 그동안 우리 직업 외교관들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온 방향을, 윗사람의 편의를 위한 외교, 윗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외교로 규정짓는 것이 지나친 과장일까. 통일 대박론과 대북한 강경정책. 중국의 대북 조정자 역할에 대한 헛된 기대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의 손쉬운 타협. 조정자로서의 중국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과 갑작스런 사드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그에 따른 중국의 한류 진출에 대한 보복. 해외순방 때 동행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그리고 이들의 해외개발원조 사업 참여 등. 설마 우리 외교에도 최순실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최순실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문화융성정책을 조용히 진행하기 위해 강경 대외정책으로 국민들의 주의를 돌리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통일대박을 외치면 외칠수록 북한은 반발하게 되고, 안보 논리로 국민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기에, 문화융성정책을 통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이 용이하다고 본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이런 음모론적 비판들조차도 솔깃하게 들리는 것이 문제다. 구태의연한 1970년대 외교, 의전외교 수준에 머문 것을 한탄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권력사유자의 스타일 맞추기에 할애하도록 구조화해버린 직업외교관 제도의 모습은 안쓰럽다. 외교력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잘못된 리더십과 스타일에 충실히 봉사한 기간은 고스란히 우리 미래 외교의 부담으로 쌓인다. 외교는 오로지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 외교부 지도층의 역할은 이런 봉사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봉사에 방해되는 요소들로부터 그 기능을 지켜내는 데 있다. 왕조시대에도 왕을 위해 고사성어 찾기에 앞장서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은 내시들의 몫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적어도 박근혜 ‘스타일 외교’를 전문외교에서 영원히 지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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