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네댓 살 아이가 촛불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발갛게 상기되어 온몸으로 솟구칩니다.
아이가 퍼뜨리는 저 숨결로 깃발들은 으르렁거리고
광장도 이리 들썩 저리 들썩 뜨겁게 달궈집니다.
당당한 촛불들로 증폭된 광장의 포효는
삶과 죽음의 안타까운 경계마저 허뭅니다.
노란 분루 머금고 삼백넷 영령도 합류합니다.
독재자가 압살한 통곡의 목숨들도 한 뜻입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한꺼번에 벅찬 분노 내지릅니다.
이제껏 이 땅에 이런 주권 없었습니다.
평화를 밝히고 광장을 나눠준 촛불은
사람들 가슴에 들어가 불타는 양심이 되었습니다.
무리가 되어 일렁거리는 노도의 촛불은
평생토록 꺼지지 않을 민주가 되었습니다.
모멸과 굴종을 벗고 뜨거운 역사가 되었습니다.
부패한 반민주가 항복의 백기 꺼내 듭니다.
끈질긴 독선과 불통이 마침내 거꾸러집니다.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찬란하게 지펴오는
민주정의가 환희의 물꼬를 터뜨립니다.
손에 손 잡은 가족들이 정겹습니다.
노란 선 사이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이 달콤합니다.
어묵과 커피 파는 청년들이 환합니다.
여기는 비로소 민주세상, 해방구입니다.
광장은 무혈혁명축제를 만끽하는 중입니다.
반민주, 반민중, 반역사는 더 이상 없습니다.
완전히 아웃입니다. 비굴을 강요하면 또 터집니다.
백만 이백만의 촛불은 언제든 타올라
닥쳐오는 모든 능멸 찢어버릴 것입니다.
통쾌한 민주주의가 유유히, 내일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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