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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5 18:10 수정 : 2016.12.05 19:26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평양 도시협력 정책토론회’를 통해서 △공동번영 △정경분리 △시민참여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마련한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구상’을 발표했다.

내외 정세가 혼돈과 무질서를 치닫는 속에 발표된 것이어 혹자는 의아해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 파탄으로 한반도 긴장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미국의 대선 결과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모두가 갈피를 못 잡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시국 변화에 눈과 귀를 떼기 힘든 상황에서도 민족의 번영과 평화통일에 대한 전략적 관점을 견지한 서울시의 이번 구상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고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도시 간 교류협력 사업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화해에 기여하는 좋은 아이디어로서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시도한 바 있다. 남북 중앙당국 사이의 관계를 맺는 것은 정치적이나 법적으로 미묘하고 민감한 일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설정된 특수한 관계”로 규정하고 평화공존에 합의했지만 각자의 정통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갈등이 언제든지 부상하여 상호관계를 파탄 낼 수 있다. 도시 간 관계는 이런 예민한 부분을 피해 갈 수 있어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남북 도시 간 교류사업이 민선 지방자치가 실현된 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사실상 없었다.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세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도시들이 자율권이 없다는 점이다. 노동당의 획일적 통제하에 있어 북한의 도시와 교류하려면 먼저 북한의 중앙당국과 협의를 하고 허락을 얻어야 한다. 이 점은 민간 차원의 모든 남북교류에도 해당한다.

둘째는 우리 중앙정부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대북교류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남북교류를 장려하던 시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도 비교적 활기가 있었지만 그때에도 일일이 통일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지방자치의 역할 범위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국제협력 업무는 갈수록 확대되어 중앙의 외교부만 국제적 사업을 독점하는 시대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남북 중앙정부 간 관계가 단절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교류협력이 유지된다면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치닫는 것을 완화해주거나 중앙당국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등 건설적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대북사업 사례를 회고해보면 사실 탄탄한 준비를 갖춘 경우보다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 대북사업 추진 붐을 타고 뭔가는 해야지 하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추진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대북사업 추진은 좀더 충실한 준비를 갖추고 착수해야 했다.

이번 서울시의 구상은 △도시 인프라 협력 △경제협력 △시민교류 3대 분야 10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상이 구상 그 자체만으로 갖는 유의미한 점도 몇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대북 구상이 구체성이 있어 내실있게 추진될 수 있고, 구상이 미리 공개되어 향후 무엇이 논의될 것인지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며, 시민참여 확보로 남북교류협력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충실한 준비를 갖춘 구상이 공개된 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여 차후 남북관계 관련 내외 상황 개선과 함께 서울시의 구상이 실천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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