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민족의 장래는 등불 없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현장의 역사 교사는 답답하기만 하다 국사 과목 강화에 대한 발언이 올해 5월부터 국회와 교육인적자원부, 서울시교육청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이유는 올해 초부터 일어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정부와 우익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 기술을 틀리게, 거짓으로 서술한 후소사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각급 학교에서 채택하게 하려고 앞장섰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는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고 두 나라 정부도 비난 성명을 내어 시정을 촉구하였다. 다행스럽게 올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채택에서는 후소사판이 많이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 교과서 파동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매년 나올 수 있는 문제로 남아 있다. 한편, 중국도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을 벌였다. 후진타오 체제도 부국강병을 목표로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수민족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고자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중국의 학계는 한국사에 들어간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고자 하였다.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에 강력한 항의를 하였다. 그 결과 미약하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동북공정’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고 앞으로 한-중 사이의 험난한 역사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사회 각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 파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세우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부응하여 지난 5월4일 국회의 ‘국사교육 강화 촉구 결의안’이 나왔고, 다음날 교육부총리의 ‘역사교육 강화방안’이 발표되었다. 부총리가 제시한 국사교육 강화 방안의 골자는 현행 ‘국사’ 교과서에 근현대사 내용을 보강하여 이 부분의 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추가되는 근현대사 내용은 2006학년도 이후 정규 수업시간이 아니라 학교장 재량 활동 시간을 통해 가르치게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방안대로라면 내년 1학년의 경우 재량활동 시간 가운데 적어도 1시간은 ‘국사’ 과목의 시간이 늘어 기존의 ‘국사’ 과목에 서술된 근현대사 부분을 배울 수 있게 된다.그러나 현재 고등학교 교육 현실은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의 의도대로 실시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인문계와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재량활동 시간에 ‘국사’ 과목을 반드시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문계 학교에선 이 시간에도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넣는 경우가 태반이다. 입시교육 위주이기에 그렇다. 실업계 학교의 경우 실업 과목 수업을 대부분 선택한다. 실업계에서는 국사 과목의 경우 공통필수로 최소단위인 주당 2시간 이수에 그친다. 이 경우 3년의 교육과정 중에 한 학년만 2시간씩 가르치고 배우면 그것으로 국사 과목은 끝이다. 주당 2시간으로는 정말로 배워야 할 근현대사 부분은 영영 배우지 못하고 학생들은 졸업을 하게 된다. 지난 9월20일 서울시교육청의 공문도 내년부터 단위학교 여건 내에서 교과 재량활동 시간에 1시간을 ‘국사’ 과목을 받도록 권장만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가 이러한데 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사’ 과목 1시간을 더 받도록 권장하는 협조 공문만 가지고는 실제로 단위 학교에서는 이행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학교마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러 가지의 여건이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국회의원의 국사교육 강화 결의나 교육부총리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과 조처도 단위 학교 현실에서는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민족의 장래는 등불 없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현장의 역사 교사는 답답하기만 하다. 국사 교육이 중요하다면 교과 재량활동 시간에 1시간을 필수로 ‘국사’ 수업을 이수하도록 할 수 있는 조처는 없는가 말이다. 박용규/서울공업고등학교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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