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석사과정 작금의 사태를 두고 최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내용이 화제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분노하던 한 시민에게 “지역주의 붕괴가 가속화됐고, 국민의 사회비판 의식을 일깨운 측면이 있지 않으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 역경을 헤쳐나가자”며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 것이 많은 이를 위로하고 공감을 얻었다. 현재 국민 이목은 청와대와 국회에 쏠려 있다. 불안했던 국정운영의 원인이 최순실을 추종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처럼 문제 원인을 동일하게 인식하며 진짜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 2선 후퇴나 거국중립내각 같은 현 대통령체제 유지부터, 하야 혹은 탄핵의 국가 대변혁을 예고하는 안까지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그가 불성실한 직책 수행 등으로 국민을 극도로 불행에 빠트렸으며 초헌법적인 독재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탄핵을 추진한 이들의 이유였다. 조선 후기 학자인 허균은 ‘허민론’에서 위정자는 백성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원칙을 제시했다. 실제 대다수 국민 동의 없이 국가원수에 탄핵안을 소추했던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국민의 철퇴를 맞아 의석을 대거 잃었고 헌법재판소는 사유 불충분으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정치공작을 눈감아 줄 정도로 우리 국민과 헌법체계는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숙하지 않았다. 법륜 스님은 강연 말미에 탄핵과 하야를 주문하는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건설적인 여론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17% 정도일 때의 말씀이다. 하지만 스님의 소망과는 달리 대통령은 2차 대국민 사과문을 읽으면서도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요구를 멀리했다. 독단적으로 총리를 지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보수·진보를 떠나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 아픔이 아직 남아 있기에 국민들은 탄핵보단 ‘하야’를 주문하고 있다. 혹자는 현 사태가 가슴 아프지만 일상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며 국가의 안보, 경제 등 많은 난제가 놓인 만큼 일단 현 정권하의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비선조직이 전방위적으로 국정에 개입하고 이를 방관한 대통령의 행태가 임기 내내 계속돼 왔고, 우리 일상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최근 스페인은 300여일간 지도자 없는 상태에 있다가 며칠 전 겨우 신임 총리안이 가결되어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벨기에는 2010~11년에 걸쳐 589일이라는 최장기 무정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기존 우려와는 달리 정치가 부재한 동안에도 경제는 순항했고 국민 만족도는 높아졌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들과는 경제구조로나 안보지형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최순실이란 개인에게 국가가 농락당해왔던 이런 비현실이 현실화된 정권보다는 일시적 무정부 상태가 오히려 국가 정상화에 가까울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개월간 직무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지만 우려했던 헌정 공백은 없었다. 근대 이후 대한민국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친일 행각을 벌일 때 3·1운동을 주도하고, 부정선거를 자행한 이승만 정권 퇴진을 위해 4·19혁명에서 선봉에 섰으며,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에 대한 반발로 6월 항쟁을 이끌었다. 현재 전국 대학생들은 선배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며 현 정권 퇴진 촉구를 주도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다른 강연에서 사춘기 자식을 걱정하는 한 부모에게 이렇게 즉답하셨다. “살인, 거짓말 등 불자가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행위를 제외하고는 그저 지켜봐야 함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둔다면 그것 역시 교육 효과가 없기에 잘못을 자각할 정도의 야단은 쳐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여럿 저질렀고 여전히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 21세기 시대가 열렸음에도 20세기에 갇혀 있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내놓은 선택지가 하야밖에 없는 슬픈 역사의 순간이다.
|
[왜냐면] 우리 시대 슬픈 역사의 순간 / 김주영 |
김주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석사과정 작금의 사태를 두고 최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내용이 화제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분노하던 한 시민에게 “지역주의 붕괴가 가속화됐고, 국민의 사회비판 의식을 일깨운 측면이 있지 않으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 역경을 헤쳐나가자”며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 것이 많은 이를 위로하고 공감을 얻었다. 현재 국민 이목은 청와대와 국회에 쏠려 있다. 불안했던 국정운영의 원인이 최순실을 추종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처럼 문제 원인을 동일하게 인식하며 진짜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 2선 후퇴나 거국중립내각 같은 현 대통령체제 유지부터, 하야 혹은 탄핵의 국가 대변혁을 예고하는 안까지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그가 불성실한 직책 수행 등으로 국민을 극도로 불행에 빠트렸으며 초헌법적인 독재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탄핵을 추진한 이들의 이유였다. 조선 후기 학자인 허균은 ‘허민론’에서 위정자는 백성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원칙을 제시했다. 실제 대다수 국민 동의 없이 국가원수에 탄핵안을 소추했던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국민의 철퇴를 맞아 의석을 대거 잃었고 헌법재판소는 사유 불충분으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정치공작을 눈감아 줄 정도로 우리 국민과 헌법체계는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숙하지 않았다. 법륜 스님은 강연 말미에 탄핵과 하야를 주문하는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건설적인 여론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17% 정도일 때의 말씀이다. 하지만 스님의 소망과는 달리 대통령은 2차 대국민 사과문을 읽으면서도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요구를 멀리했다. 독단적으로 총리를 지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보수·진보를 떠나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 아픔이 아직 남아 있기에 국민들은 탄핵보단 ‘하야’를 주문하고 있다. 혹자는 현 사태가 가슴 아프지만 일상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며 국가의 안보, 경제 등 많은 난제가 놓인 만큼 일단 현 정권하의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비선조직이 전방위적으로 국정에 개입하고 이를 방관한 대통령의 행태가 임기 내내 계속돼 왔고, 우리 일상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최근 스페인은 300여일간 지도자 없는 상태에 있다가 며칠 전 겨우 신임 총리안이 가결되어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벨기에는 2010~11년에 걸쳐 589일이라는 최장기 무정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기존 우려와는 달리 정치가 부재한 동안에도 경제는 순항했고 국민 만족도는 높아졌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들과는 경제구조로나 안보지형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최순실이란 개인에게 국가가 농락당해왔던 이런 비현실이 현실화된 정권보다는 일시적 무정부 상태가 오히려 국가 정상화에 가까울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개월간 직무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지만 우려했던 헌정 공백은 없었다. 근대 이후 대한민국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친일 행각을 벌일 때 3·1운동을 주도하고, 부정선거를 자행한 이승만 정권 퇴진을 위해 4·19혁명에서 선봉에 섰으며,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에 대한 반발로 6월 항쟁을 이끌었다. 현재 전국 대학생들은 선배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며 현 정권 퇴진 촉구를 주도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다른 강연에서 사춘기 자식을 걱정하는 한 부모에게 이렇게 즉답하셨다. “살인, 거짓말 등 불자가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행위를 제외하고는 그저 지켜봐야 함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둔다면 그것 역시 교육 효과가 없기에 잘못을 자각할 정도의 야단은 쳐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여럿 저질렀고 여전히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 21세기 시대가 열렸음에도 20세기에 갇혀 있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내놓은 선택지가 하야밖에 없는 슬픈 역사의 순간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석사과정 작금의 사태를 두고 최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내용이 화제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분노하던 한 시민에게 “지역주의 붕괴가 가속화됐고, 국민의 사회비판 의식을 일깨운 측면이 있지 않으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 역경을 헤쳐나가자”며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 것이 많은 이를 위로하고 공감을 얻었다. 현재 국민 이목은 청와대와 국회에 쏠려 있다. 불안했던 국정운영의 원인이 최순실을 추종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처럼 문제 원인을 동일하게 인식하며 진짜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 2선 후퇴나 거국중립내각 같은 현 대통령체제 유지부터, 하야 혹은 탄핵의 국가 대변혁을 예고하는 안까지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그가 불성실한 직책 수행 등으로 국민을 극도로 불행에 빠트렸으며 초헌법적인 독재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탄핵을 추진한 이들의 이유였다. 조선 후기 학자인 허균은 ‘허민론’에서 위정자는 백성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원칙을 제시했다. 실제 대다수 국민 동의 없이 국가원수에 탄핵안을 소추했던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국민의 철퇴를 맞아 의석을 대거 잃었고 헌법재판소는 사유 불충분으로 탄핵안을 기각했다.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정치공작을 눈감아 줄 정도로 우리 국민과 헌법체계는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숙하지 않았다. 법륜 스님은 강연 말미에 탄핵과 하야를 주문하는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건설적인 여론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17% 정도일 때의 말씀이다. 하지만 스님의 소망과는 달리 대통령은 2차 대국민 사과문을 읽으면서도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요구를 멀리했다. 독단적으로 총리를 지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은 보수·진보를 떠나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 아픔이 아직 남아 있기에 국민들은 탄핵보단 ‘하야’를 주문하고 있다. 혹자는 현 사태가 가슴 아프지만 일상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며 국가의 안보, 경제 등 많은 난제가 놓인 만큼 일단 현 정권하의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비선조직이 전방위적으로 국정에 개입하고 이를 방관한 대통령의 행태가 임기 내내 계속돼 왔고, 우리 일상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최근 스페인은 300여일간 지도자 없는 상태에 있다가 며칠 전 겨우 신임 총리안이 가결되어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벨기에는 2010~11년에 걸쳐 589일이라는 최장기 무정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기존 우려와는 달리 정치가 부재한 동안에도 경제는 순항했고 국민 만족도는 높아졌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들과는 경제구조로나 안보지형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최순실이란 개인에게 국가가 농락당해왔던 이런 비현실이 현실화된 정권보다는 일시적 무정부 상태가 오히려 국가 정상화에 가까울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개월간 직무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지만 우려했던 헌정 공백은 없었다. 근대 이후 대한민국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친일 행각을 벌일 때 3·1운동을 주도하고, 부정선거를 자행한 이승만 정권 퇴진을 위해 4·19혁명에서 선봉에 섰으며,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에 대한 반발로 6월 항쟁을 이끌었다. 현재 전국 대학생들은 선배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릴레이 시국선언을 하며 현 정권 퇴진 촉구를 주도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다른 강연에서 사춘기 자식을 걱정하는 한 부모에게 이렇게 즉답하셨다. “살인, 거짓말 등 불자가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행위를 제외하고는 그저 지켜봐야 함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둔다면 그것 역시 교육 효과가 없기에 잘못을 자각할 정도의 야단은 쳐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여럿 저질렀고 여전히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 21세기 시대가 열렸음에도 20세기에 갇혀 있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내놓은 선택지가 하야밖에 없는 슬픈 역사의 순간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