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발코니 확장 합법화는 헌법의 취지와 어긋난다. 모든 사람이 재산권 행사에 평등하여야 함에도, 확장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득을 보는 것이다.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국이 발코니 확장 합법화 얘기로 시끌시끌하다. 이해 당사자들의 엄청난 반발뿐 아니라 발코니라는 용어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에 부닥쳤다. 난 이번 조처에 대해 그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법철학 아니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에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부처간에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여론의 수렴 과정도 없이 결론은 정해놓고, 언론보도로 끼워 맞추는 식의 접근 방식은 결코 옳다고 할 수 없다. 언론에서 이미 언급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일일이 말할 생각은 없다. 단, 근본적으로 발코니를 전용 공간화하여 사용할 경우 그 집안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용 면적 25평형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발코니를 확장하면 현재 일반적인 설계안대로라도 최대 10평 정도는 더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럼 사실상의 전용면적이 35평형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짤 경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인구다. 그런데 그 인구가 애초보다 10~20% 정도 는다면 그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교통, 통신, 상하수도, 전기, 난방 모든 분야에서 용량을 초과하는 것이다. 설사 그 요건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가져야 한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소하겠는가? 또한 용적률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진다. 발코니는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이다. 외피면적을 최대한 늘려 설계할 경우(전용면적 25평인데 확장해서 35평형을 만든 경우) 용적률 200% 한도 안에서 건축이 가능한 지역의 경우 실제 용적률 270~280%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용적률은 도시설계의 근간인데 이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다. 이제 모든 주택은 발코니 면적 키우기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어떤 기기묘묘한 설계안이 나올지 모른다. 난 건교부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참 궁금하다. 정부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데 정공법으로 가기 바란다. 얄팍한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제대로 된 절차와 철학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정부가 도시서민의 주거안정과 잦은 이사로 인한 사회적 손실, 자원낭비, 그리고 많은 범법자의 양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면, 다른 제대로 된 방법이 충분히 있다. 첫째, 발코니 확장 합법화가 입주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평면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면 현재 벽식구조가 아닌 기둥식 구조를 권장하고,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옵션을 재도입할 만하다. 또 장기적으로 골조만 분양하고 나머지는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설계하고 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실질적으로 발코니를 개조한다고 해서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적인 평면구조가 나올 수 없다. 단지 시공사에서 발코니도 실내 공간화해서 또 다른 평면을 제공할 뿐이다. 한 아파트 안에서 동일구조에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둘째, 발코니의 용도 자체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었다는 말은 잘못됐다. 발코니의 용도가 바뀐 것이 아니고, 발코니의 쓰임새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 이 문제는 발코니 면적을 줄여서 다양한 평면을 개발하면 된다. 발코니를 줄인 비용 만큼 다른 전용면적에 투자하면 된다. 정부는 이 기회에 주민 주거실태조사를 해서 국민주택규모를 고치기 바란다. 전용면적 25평 이하가 아닌 30평 이하라든지 이런 식으로 변경하면 불법개조의 시공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어떤 이는 전용면적이 늘면 분양가가 오르지 않는가 라고 질의할 수 있지만 그건 발코니를 확장해도 마찬가지이다. 전용면적이냐 아니냐? 오로지 그뿐이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는 세금, 분담금 등의 형평성만 문제가 될 뿐이다.셋째, 잦은 이사 문제도 발코니 확장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전용면적을 늘리고, 가변형 구조로 만들어 주거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평면개발로 해결할 문제이다. 공동주택의 비율이 높은 한국의 주거구조상 이사빈도는 높을 수밖에 없으며, 발코니를 확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현재 발코니 확장에는 많은 하자가 있다. 난방이 안 되고 결로가 생기고, 평면구조 자체가 기형적으로 생기는 등 많은 불편함을 안고 산다. 그런데 위와 같이 제안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확장형 집에서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살 이유가 없다. 넓게 보면, 발코니 확장 합법화는 헌법의 취지와 어긋난다. 모든 사람이 재산권 행사에 평등하여야 함에도, 확장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득을 보는 것이다.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설계만 잘하면 전용면적 25평형인 집을 훨씬 넓은 평수로 만들 수 있다. 그랬을 때 세금의 형평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공시지가도 다를 것이다. 아파트에 내는 관리비도 다 다르게 매겨야 할 것이다. 상하수도, 교육, 전기시설비 등의 모든 분담금도 현재는 평수를 가지고 산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다 다르게 매겨야 할 것이다. 김두성/건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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