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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03 18:04 수정 : 2016.10.03 19:11

다카스미 고즈에
후쿠시마 피난민

2011년 동일본 지진재앙 때 저는 후쿠시마현에 살고 있었습니다. 원래 지진이 많은 지역인데, 몇년 전부터 빈발하는 지진 끝에 대형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규모 9, 최대 진도 7. 우리 지역에서는 진도 6약의 흔들림이 6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지진해일, 화재, 가옥 무너짐. 절망적인 사태가 평생 겪을 분량으로 한꺼번에 밀려온 듯한 천재지변에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만8000명을 넘었습니다. 그 혼란 중에 후쿠시마에서는 안전하다던 핵발전소가 순식간에 4기나 파괴되어, 세슘137만으로도 핵폭탄 168기분이라는 대량의 방사능을 방출해 버렸습니다.

우리 집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45㎞ 이내에 있었습니다. 연달아 덮쳐오는 큰 여진과 방사능을 머금은 바람이 집을 직격하는 공포 속에 물류도 막혔습니다. 누워계신 시어머니는 약이 떨어져 그대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저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후쿠시마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서쪽의 구마모토로 아이만 데리고 피난했습니다.

5년 후, 피난 온 구마모토에서 다시 큰 지진을 겪었습니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도 관측 사상 처음이라는 규모 6.5의 전진, 규모 7.3의 본진으로 진도 7의 직하형 지진이 두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문기둥과 창틀이 날아가고, 동일본 지진과 달리 직하형 지진은 파괴력이 굉장했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동시에 몸이 허공으로 뜨는 듯했습니다. 이어지는 여진도 강해서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밖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그때 저는 이웃 현에 있는 센다이 핵발전소가 정말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때도 만약 핵발전소가 지진 영향으로 폭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도로도 망가져 피난도 못하고, 대량 피폭을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구마모토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그래도 부흥이라는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까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는 아직 희망의 끈조차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 긴급사태 선언 후 5년 반, 녹아내린 핵연료가 어디서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 채, 사고를 수습하려면 몇십년, 혹은 백년 이상 걸리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을 제염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곳곳이 위험한 핫스팟(고오염 지역)입니다. 정보를 은폐하여 초기에 피폭을 당한 많은 이재민은 건강상의 이변과 불안을 안고 있습니다. 소아 갑상선암으로 이미 130명 이상의 아이들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지진이 빈발하고 있어 저는 몹시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원자로 4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일본에서 보도했습니다. 핵발전소 긴급정지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다행히 한국 핵발전소는 무사히 정지시킨 것 같아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한반도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도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런 높은 위험 속에 핵발전소 증설이라는 흐름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만일의 사고 시 여러분의 인권과 건강과 미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 사고로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엄청난 민폐와 걱정을 끼치고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일본의 어리석음을 교훈으로 삼아 한국 여러분이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광범위하고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핵발전소가 정말 필요한가?

둘째는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각오와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사고 피난계획은 실효성이 있을까요? 국민한테 중요한 정보가 바르고 신속하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핵발전소 사고를 상정한 피난훈련을 지역에서 한 번 해보세요. 정말로 실효성 있게 하려면 할수록, 핵발전소 피난이라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지극히 가혹한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핵발전소에 관한 국민적인 논의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 김복녀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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