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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2 18:08 수정 : 2016.09.12 20:20

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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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기요틴)는 프랑스 혁명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되었던 인민재판, 공포정치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국회에서 제정된 ‘경제규제법’들을 ‘단두대 처단’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내외 발언은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으로서 이치에 어긋나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2014년 3월 수석비서관회의와 11월 국무회의에서 “규제는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 “규제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단두대’ 발언을 하였고 그 후에도 ‘규제 철폐’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더니 얼마 전에는 “규제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고 극단적인 표현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규제개혁에 대한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 표명으로는 충분했겠지만, 관료사회의 충성심 경쟁이 과열될 경우 부처 간의 실적을 위한 ‘무차별적 규제 철폐’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최경환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 검토 발표” 발언을 두고 노동계의 반발이 거셌다. 각종 규제 철폐에는 연관된 사람들의 이해득실이 분명하고 분쟁 소지가 큰 만큼 어떤 보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쌍방의 권리를 조정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노후선박 규제 완화’로 세월호가 침몰했고, 무리하게 추진되던 국내 1호 외국영리병원 후보인 ‘중국의 산얼병원’이 결국 제주에서 좌초되지 않았던가.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이듯 각종 규제 또한 시대 상황의 변천과 필요에 따라 제정되었고, 과열·냉각기에 따라 취사선택하여 순기능이 있던 측면이 많았다. 부동산 규제, 금융 규제를 철폐할 경우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금융비리가 만연할 터인데, 그때 단두대에 올려 자르고, 뿌리째 뽑아버린 ‘이미 절명한 규제’를 환생시킬 수 있겠는가.

사건 1.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의 인사 검증을 하는 사정총괄 요직이다. 그런데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를 조사하여, 직권 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였다. 평상시 피의자의 수사 경과보고를 받는 위치의 당사자 갑에게 어느 간 큰 수사관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사건 2. 음주운전으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라는 중대 범죄를 야기한 이철성은 경찰 신분을 은폐하여 징계를 모면한 채, 법치를 짓밟고 23년간 승승장구해왔다. 후보자 본인이 시인하고 이 같은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여론이 들끓는데도 대통령은 음주운전 범죄 전력자를 기어코 경찰 총수로 임명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도 있고, 칸트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의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수사 진척 사실을 검찰로부터 보고받는 해괴한 상황과, 음주운전 범죄 전과자 경찰청장을 모시는 부하 경찰관이 국민들의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

국가 기강을 확립하고,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의 ‘읍참마속 단두대’ 작동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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