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포럼 대표, 작가 반백년 넘게 도시에서 살다가 다 늙어서 고향이랍시고 낙향한 지도 꽤 되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품고 있는 소백산 아래 고을이 나의 고향이다. 머리도 식힐 겸 건강도 신경쓸 겸 소백산 자락길 트레킹에 나선다. 삼가동 버스 종점에 내려 비로사 가는 길을 오른다. 단군 이래 오천년 역사에서 지금과 같이 발전하고 잘사는 시대가 있었던가라고 한 어느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에선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취업이 안 되고 장래가 안 보이니 절망할 수밖에 없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고 아우성이다. “부정적 국가관을 극복합시다”라고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말했다지? 누가 부정적 국가관을 갖고 싶나.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스트레스 없는 정치>라는 장편소설과 <외나무다리>라는 소설집을 출간한 작가로서 문협과 소설가협회에도 등록이 되어 있다. 필자가 책을 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책을 내고 대형 서점에 깔았지만 1천~2천부도 안 팔렸다. 이러고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기적이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국가 복지정책 덕분에 기초생활비 몇 십만원을 받고 있다.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도 소속해본 적이 없다. 갑자기 시인 백석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소백산 자락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즐겨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죽계구곡이라는 아홉 계곡의 명칭도 그가 붙였다. 죽계일곡이 처음 시작하는 호젓한 지점에 흐르는 냇물이 참으로 맑다. 땀도 식힐 겸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저만치 바위 너머로 퇴계 선생이 보이는 듯도 하다. 또 저만치 젊고 또랑또랑한 사람이 시나브로 이쪽을 보고 있다. 우병우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같은 고향,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으로 제대로 아는 게 없지만 새까만 후배라는 것은 안다. 그런 우 수석이 바위틈 계곡 사이로 퇴계 선생과 나를 노려보고 있다. 권력의 영욕을 그대는 모르는가? 부귀의 덧없음도 그대는 정말 모르는가 하고 퇴계 선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듯도 하다. 내 눈에는 대통령과 한판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우 수석이 보인다. 샅바를 잡고 서로 놓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먼저 자빠뜨릴 것인가? 우 수석이 자빠지면 대통령도 자빠질까? 비서 한 명에게 정권의 운명을 걸었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대통령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또랑또랑한 우 수석이 퇴계 선생을 향해 묻는 듯도 하다. 그러자 퇴계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한다. “정말 몰라서 묻는가? 대통령의 마음이 국민의 마음과 하나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위틈 사이 계곡 속으로 퇴계 선생도 우 수석도 언제 나타나기나 했냐는 듯이 홀연히 사라진다. 나는 물에 담근 발이 너무나 시려 얼른 신발을 신고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소백산 자락길을 걸으며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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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소백산 자락길서 살펴본 대한민국 / 권이삼 |
권이삼
소백산포럼 대표, 작가 반백년 넘게 도시에서 살다가 다 늙어서 고향이랍시고 낙향한 지도 꽤 되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품고 있는 소백산 아래 고을이 나의 고향이다. 머리도 식힐 겸 건강도 신경쓸 겸 소백산 자락길 트레킹에 나선다. 삼가동 버스 종점에 내려 비로사 가는 길을 오른다. 단군 이래 오천년 역사에서 지금과 같이 발전하고 잘사는 시대가 있었던가라고 한 어느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에선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취업이 안 되고 장래가 안 보이니 절망할 수밖에 없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고 아우성이다. “부정적 국가관을 극복합시다”라고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말했다지? 누가 부정적 국가관을 갖고 싶나.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스트레스 없는 정치>라는 장편소설과 <외나무다리>라는 소설집을 출간한 작가로서 문협과 소설가협회에도 등록이 되어 있다. 필자가 책을 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책을 내고 대형 서점에 깔았지만 1천~2천부도 안 팔렸다. 이러고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기적이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국가 복지정책 덕분에 기초생활비 몇 십만원을 받고 있다.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도 소속해본 적이 없다. 갑자기 시인 백석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소백산 자락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즐겨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죽계구곡이라는 아홉 계곡의 명칭도 그가 붙였다. 죽계일곡이 처음 시작하는 호젓한 지점에 흐르는 냇물이 참으로 맑다. 땀도 식힐 겸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저만치 바위 너머로 퇴계 선생이 보이는 듯도 하다. 또 저만치 젊고 또랑또랑한 사람이 시나브로 이쪽을 보고 있다. 우병우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같은 고향,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으로 제대로 아는 게 없지만 새까만 후배라는 것은 안다. 그런 우 수석이 바위틈 계곡 사이로 퇴계 선생과 나를 노려보고 있다. 권력의 영욕을 그대는 모르는가? 부귀의 덧없음도 그대는 정말 모르는가 하고 퇴계 선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듯도 하다. 내 눈에는 대통령과 한판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우 수석이 보인다. 샅바를 잡고 서로 놓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먼저 자빠뜨릴 것인가? 우 수석이 자빠지면 대통령도 자빠질까? 비서 한 명에게 정권의 운명을 걸었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대통령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또랑또랑한 우 수석이 퇴계 선생을 향해 묻는 듯도 하다. 그러자 퇴계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한다. “정말 몰라서 묻는가? 대통령의 마음이 국민의 마음과 하나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위틈 사이 계곡 속으로 퇴계 선생도 우 수석도 언제 나타나기나 했냐는 듯이 홀연히 사라진다. 나는 물에 담근 발이 너무나 시려 얼른 신발을 신고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소백산 자락길을 걸으며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소백산포럼 대표, 작가 반백년 넘게 도시에서 살다가 다 늙어서 고향이랍시고 낙향한 지도 꽤 되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품고 있는 소백산 아래 고을이 나의 고향이다. 머리도 식힐 겸 건강도 신경쓸 겸 소백산 자락길 트레킹에 나선다. 삼가동 버스 종점에 내려 비로사 가는 길을 오른다. 단군 이래 오천년 역사에서 지금과 같이 발전하고 잘사는 시대가 있었던가라고 한 어느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에선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취업이 안 되고 장래가 안 보이니 절망할 수밖에 없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고 아우성이다. “부정적 국가관을 극복합시다”라고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말했다지? 누가 부정적 국가관을 갖고 싶나.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스트레스 없는 정치>라는 장편소설과 <외나무다리>라는 소설집을 출간한 작가로서 문협과 소설가협회에도 등록이 되어 있다. 필자가 책을 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책을 내고 대형 서점에 깔았지만 1천~2천부도 안 팔렸다. 이러고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기적이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국가 복지정책 덕분에 기초생활비 몇 십만원을 받고 있다.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도 소속해본 적이 없다. 갑자기 시인 백석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소백산 자락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즐겨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죽계구곡이라는 아홉 계곡의 명칭도 그가 붙였다. 죽계일곡이 처음 시작하는 호젓한 지점에 흐르는 냇물이 참으로 맑다. 땀도 식힐 겸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저만치 바위 너머로 퇴계 선생이 보이는 듯도 하다. 또 저만치 젊고 또랑또랑한 사람이 시나브로 이쪽을 보고 있다. 우병우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같은 고향,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으로 제대로 아는 게 없지만 새까만 후배라는 것은 안다. 그런 우 수석이 바위틈 계곡 사이로 퇴계 선생과 나를 노려보고 있다. 권력의 영욕을 그대는 모르는가? 부귀의 덧없음도 그대는 정말 모르는가 하고 퇴계 선생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듯도 하다. 내 눈에는 대통령과 한판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우 수석이 보인다. 샅바를 잡고 서로 놓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먼저 자빠뜨릴 것인가? 우 수석이 자빠지면 대통령도 자빠질까? 비서 한 명에게 정권의 운명을 걸었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대통령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까? 또랑또랑한 우 수석이 퇴계 선생을 향해 묻는 듯도 하다. 그러자 퇴계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한다. “정말 몰라서 묻는가? 대통령의 마음이 국민의 마음과 하나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위틈 사이 계곡 속으로 퇴계 선생도 우 수석도 언제 나타나기나 했냐는 듯이 홀연히 사라진다. 나는 물에 담근 발이 너무나 시려 얼른 신발을 신고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소백산 자락길을 걸으며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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