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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9 18:30 수정 : 2016.08.29 19:13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여소야대 정국 이후 야당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미로의 덫에 걸려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대권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갈 기세다.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가 없다’는 표현도 그런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의 정체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당이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자기 삶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역설적이지만 더는 고민하지 않는다. 야당이 아무리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해도 정치가 절박한 모든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생각이나 입장을 전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여론을 명분 삼아 버리고 가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역사를 등에 짊어진 채 침몰당하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세월호에 승선하여,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있는 승객이다. 그럼에도 현재 이 순간이 너무도 절박한 세월호 유가족과 농민들이 점거를 하겠다며 찾은 곳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당사였다. 점거 첫날 밤 그분들을 만나 보니 국민의당 걱정도 태산이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그분들이 아직 당사를 찾지 않은 이유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이후 여론이 받쳐주지 않는다며 세월호 가족들과 농민들을 멀리했다. 이러한 여론 쫓기에 바로 뫼비우스 미로의 함정이 있다. 민생 현장에서 언론을 싸잡아 “기레기”라 부른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언론을 통해 형성된 여론을 중하게 보면서 여론이 받쳐주지 않아 가까이하기 어렵다 하니,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야당이 이렇듯 기레기 여론의 바닥으로 이루어진 뫼비우스 미로 안에서 민생을 바라보는 순간 국민들이 민생의 출구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기레기 언론을 포함해 엄청난 공무원 조직과 재벌 대기업을 동원해 고지전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수십년간 박혀 있던 손톱 밑 가시 같았던 위안부 문제 강제 화해, 건국절 추진, 친일 논란 종식 등을 통한 역사의 재구성,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드 배치, 세월호 유족과 농민 그리고 노동자 지우고 버리기, 이런 모든 것들을 걸고 고지전에 나선 것이다. 야당이 과연 뫼비우스 미로를 벗어나 고지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승리는 고사하고 그 미로를 벗어나기도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바닥 현장의 중론이다.

침몰하는 또 하나의 세월호 안에서는 지금도 “가만있으라”는 공권력의 겁박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 야당은 여론을 명분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침몰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세월호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라도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 순간 야당의 존재 이유여야 한다. 새롭게 선출된 지도부가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대목이다.

야당이 살 길은 여론 쫓기가 아니라 진실에 근거한 여론을 만들고 전파하기에 있다는 점을 이 글의 팁으로 남기고 싶다. 그것만이 또 하나의 세월호를 구하는 길이다. 어제는 세월호 유가족과 농민들이 들어갔지만 내일은 누가 또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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