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서울 마포구위원장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아프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은 영원하다. 지난 17일 또다시 시작된 단식. 아픔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곪아 터진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 6곳이 폭력적으로 철거됐다. 사람들은 이곳을 ‘아현포차’라고 불렀다. 수십년간 장사해온 이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기 시작한 건 이곳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를 공약하면서부터다. 지역사회는 일방적인 철거가 아니라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며 상생안을 제안했지만, 마포구청은 딱 잘라 거절했다. 100여명의 용역과 포클레인을 동원해 아현포차를 무너뜨린 다음날, 노 의원이 입을 열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면담도 거부한 채 한마디 없던 그였다. 노 의원은 “학생들의 통행권·교육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해명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포차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호를 언급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부각된 맥락에서 오랫동안 문제제기된 아현포차 문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라고. 세월호라니! 우리가 같이 아파해온 그 세월호를 말하는 것인가.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국민의 생존을 외면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월호의 뼈저린 교훈이다. 그럼에도 노 의원은 수십년 삶의 터전을 짓밟은 폭력 철거의 정당성을 도리어 세월호에서 찾고 있다. 지독한 견강부회다. 세월호가 일깨운 안전의 문제는 다름 아닌 ‘안전한 관계’의 문제다. 안전한 사회는 모든 위험이 제거된 사회가 아니라 위험에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아이들을 핑계로 포차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정작 위험한 건 어른들의 욕망이다. 아이들을 남다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 명품 주거 환경에 대한 욕망, 영혼까지도 팔아넘길 권력을 향한 욕망까지. 결국 아현포차가 철거됨으로써 우리는 더 위험해졌다. 일방적인 이기주의는 너와 나를 갈랐고, 나이 든 포차 이모들의 절규를 패대기친 용역들은 세상을 더욱 멸시하게 되었고, 국민은 언제라도 국가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포차가 없어진 곳에 촛불이 등장했다. 아직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세월호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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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세월호와 아현포차 / 조영권 |
조영권
정의당 서울 마포구위원장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아프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은 영원하다. 지난 17일 또다시 시작된 단식. 아픔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곪아 터진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 6곳이 폭력적으로 철거됐다. 사람들은 이곳을 ‘아현포차’라고 불렀다. 수십년간 장사해온 이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기 시작한 건 이곳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를 공약하면서부터다. 지역사회는 일방적인 철거가 아니라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며 상생안을 제안했지만, 마포구청은 딱 잘라 거절했다. 100여명의 용역과 포클레인을 동원해 아현포차를 무너뜨린 다음날, 노 의원이 입을 열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면담도 거부한 채 한마디 없던 그였다. 노 의원은 “학생들의 통행권·교육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해명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포차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호를 언급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부각된 맥락에서 오랫동안 문제제기된 아현포차 문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라고. 세월호라니! 우리가 같이 아파해온 그 세월호를 말하는 것인가.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국민의 생존을 외면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월호의 뼈저린 교훈이다. 그럼에도 노 의원은 수십년 삶의 터전을 짓밟은 폭력 철거의 정당성을 도리어 세월호에서 찾고 있다. 지독한 견강부회다. 세월호가 일깨운 안전의 문제는 다름 아닌 ‘안전한 관계’의 문제다. 안전한 사회는 모든 위험이 제거된 사회가 아니라 위험에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아이들을 핑계로 포차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정작 위험한 건 어른들의 욕망이다. 아이들을 남다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 명품 주거 환경에 대한 욕망, 영혼까지도 팔아넘길 권력을 향한 욕망까지. 결국 아현포차가 철거됨으로써 우리는 더 위험해졌다. 일방적인 이기주의는 너와 나를 갈랐고, 나이 든 포차 이모들의 절규를 패대기친 용역들은 세상을 더욱 멸시하게 되었고, 국민은 언제라도 국가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포차가 없어진 곳에 촛불이 등장했다. 아직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세월호도 그렇다.
정의당 서울 마포구위원장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아프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은 영원하다. 지난 17일 또다시 시작된 단식. 아픔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곪아 터진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 6곳이 폭력적으로 철거됐다. 사람들은 이곳을 ‘아현포차’라고 불렀다. 수십년간 장사해온 이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기 시작한 건 이곳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를 공약하면서부터다. 지역사회는 일방적인 철거가 아니라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며 상생안을 제안했지만, 마포구청은 딱 잘라 거절했다. 100여명의 용역과 포클레인을 동원해 아현포차를 무너뜨린 다음날, 노 의원이 입을 열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면담도 거부한 채 한마디 없던 그였다. 노 의원은 “학생들의 통행권·교육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해명했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포차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호를 언급했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부각된 맥락에서 오랫동안 문제제기된 아현포차 문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라고. 세월호라니! 우리가 같이 아파해온 그 세월호를 말하는 것인가.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국민의 생존을 외면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월호의 뼈저린 교훈이다. 그럼에도 노 의원은 수십년 삶의 터전을 짓밟은 폭력 철거의 정당성을 도리어 세월호에서 찾고 있다. 지독한 견강부회다. 세월호가 일깨운 안전의 문제는 다름 아닌 ‘안전한 관계’의 문제다. 안전한 사회는 모든 위험이 제거된 사회가 아니라 위험에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아이들을 핑계로 포차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정작 위험한 건 어른들의 욕망이다. 아이들을 남다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 명품 주거 환경에 대한 욕망, 영혼까지도 팔아넘길 권력을 향한 욕망까지. 결국 아현포차가 철거됨으로써 우리는 더 위험해졌다. 일방적인 이기주의는 너와 나를 갈랐고, 나이 든 포차 이모들의 절규를 패대기친 용역들은 세상을 더욱 멸시하게 되었고, 국민은 언제라도 국가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포차가 없어진 곳에 촛불이 등장했다. 아직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 세월호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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