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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1 18:24 수정 : 2016.08.01 22:20

엄상용
이벤트넷 대표,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국내 축제의 수가 1200개를 넘는다고 한다. 비슷비슷한 축제가 범람하기에 늘 ‘축제 베끼기’, ‘비스름한 축제’라는 오명을 받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이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축제’에 대한 이미지가 더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언젠가부터 ‘물총’과 ‘워터 슬라이드’가 여름축제를 도배하고 있다. 물 축제는 타이의 ‘송끄란 축제’가 대표적이다. 타이 전통의 새해 첫날을 축하하며 매년 4월에 타이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로서 13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축제는 분명 시대성, 역사성, 문화성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끄란 축제의 경우 종교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의식을 전하는 행사다.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물 뿌리기’다. 원래는 상대방의 어깨나 손 위로 향기나는 물을 뿌리면서 새해에 복을 많이 받기를 빌어주는 의식이었으나, 점차 거리에 나와 물싸움을 하는 등 형태가 좀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 즉, 본질은 복을 받기를 빌어주는 것이고 외형으로 ‘물 뿌리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저것 필요 없이 더위를 이겨내고 즐기기 위한 행태로서 ‘물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반드시 본질이 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니 이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름축제가 너도나도 ‘물싸움’을 위한 행사로 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팔도에서 벌어지는 여름축제가 ‘물싸움’에 ‘물 미끄럼틀’로 대표되는 것이 염려스럽다.

축제는 단순 유희성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축제’와 ‘지역 이벤트’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지역개발’이나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개최된다. 결국, 지역경제를 부흥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축제가 개발되고 시행되고 있다. 이미 지역축제가 성공하여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나타내는 축제가 꽤 있다. 화천의 산천어축제, 보령 머드축제, 함평의 나비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축제의 유희성만을 부각하면서 일부 축소되거나 폐지된 것도 많고, 무엇보다 ‘노는 행사’로 인식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전국 팔도에서 여기저기서 ‘물총싸움’과 ‘미끄럼틀’이 여름축제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신촌에서 벌어지는 ‘물총축제’에 대한 언론의 반응도 지역상권에 활기를 불어주기보다는 무질서와 지역상권에 피해를 주는 것에 맞춰지고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무질서, 쓰레기, 혼란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

이러다가 몇 년 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물총축제나 워터 슬라이드 등은 없어질 것이다. 매년 동일한 축제를 하다 보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며 호기심도 저하될 것이기에 축제 폐지가 눈에 보듯 뻔하다. 결국, ‘중복된 축제’, ‘차별 없는 축제’라는 비난 속에 소리 없이 파묻힐 것이고, 결국 축제의 무용성이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지자체, 축제 주최 기관에 당부한다. 단순히 즐기는 축제, 여름이니 물 맞는 축제가 아닌, 오래갈 수 있고 문화가 있는 물총축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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