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필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옥션의 여름 미술품 경매에 앞서 이 경매에 낼 예정이던 고 천경자 화백의 스케치 화문집이 위작이니 출품을 취소해달라는 의견을 옥션 쪽에 전한 바 있다. 이 작품은 “1983년 6월 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해외여행 스케치 작품 16점을 모은 화문집”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왔던 것이다. 추정가 4억~6억원으로 나온 이 화문집은 처음 발견된 고인의 작품으로 신문에 소개되고 경매 도록에도 실렸다. 서울옥션은 일단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경매를 취소하고 추가 감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경매 취소 사실이 <한겨레>에 보도(6월29일치 20면)된 뒤 다른 언론들이 이유를 묻자 “작품을 한번 더 감정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여전히 해당 작품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처음 위작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감정 전문가라기보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관계자 정도로 알고 있다”며 “작품을 보지도 않고 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필자는 과거 화랑협회에서 7년간 한국화를 감정했다. 1995년 호암갤러리의 천경자 회고전을 기획했고 최근 천경자 평전을 내면서 많은 자료를 확보했다. 문제의 화문집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진위에 문제가 있었다. 추가 감정을 약속했던 서울옥션은 시간을 끌다 이 화문집을 소장자에게 돌려주고는 “소장자가 판매 의사를 철회하고 작품을 찾아갔다. 경매사가 소장자 의사에 반해 감정을 할 수는 없다”고 발뺌했다.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서울옥션이 위작을 덮으려 했다는 또다른 의혹을 낳게 된다. 이 작품은 경매도록에 실려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유통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이 위작이라는 근거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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