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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4 18:17 수정 : 2016.07.05 11:12

[왜냐면]

이정일 변호사

“배로 돌아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안전조치를 하라.” 이는 2012년 1월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콩코르디아 여객선이 침몰할 당시 이탈리아 해양경찰이 선장에게 보낸 경고방송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 구조정인 123정의 정장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게 승객의 구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을 구조정에 태웠다.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법원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 123정장에 대해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하였다. 현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주장은 선장에게 승객의 구조명령을 내리지 않은 모습과 겹친다.

4일부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앞에서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명쾌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은 종료되지 않았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이 2016년 6월30일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한다. ‘세월호 특별법’의 시행일이 2015년 1월1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법 제7조 제1항은 특조위 활동 개시 시점을 ‘위원회의 그 구성을 마친 날”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특조위의 구성을 위한 시행령(대통령령)을 2015년 5월11일 제정·시행하였다. 정부의 주장은 특별법 시행령 자체의 제정·시행을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에도 반한다. 2014년 5월19일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특검을 해서라도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약속하면서 특별법을 제안하였다. 이를 믿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특별법에 “위원회의 그 구성을 마친 날”로 활동이 개시된다는 명시적 규정을 수용하였다. 따라서 정부의 주장은 박 대통령의 약속에도 반하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신뢰에도 반한다.

특조위는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인적·물적 구성을 2015년 8월4일께에야 마쳤다. 따라서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2015년 8월4일~2017년 2월3일이다. 이것이 특별법 규정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해양수산부의 정원 감축 통보 등은 모두 특별법에 위반되며 당연히 무효이다. 해수부가 특조위에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및 발간 기간 인원’에 관하여 통보한 행위 또한 당연히 무효이다. 특별법 시행령에서 정원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 시행령 개정 없이는 정원을 감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세월호 선체는 세월호 참사 원인의 핵심증거이기 때문에 선체 인양과 인양 후 선체에 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세월호 선체 조사와 관련하여 조사 개시가 결정된 사건이 12건이나 있고, 최근에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이었던 과적 문제와 관련하여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있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조위의 활동을 종료시키는 것은 사체에 대한 검증 없이 살인사건을 종결시키는 것과 같다. 과거 서해훼리호 사고에서 선체 인양 후에 비로소 적극적이고도 효율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던 전례에 비춰보아도 특조위 활동 종료는 부당하다.

현재 정부는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고, 특별법 위에 군림하여 떼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국회는 특조위 활동기간에 관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활동기간이 종료되어서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2017년 2월4일 이후까지 보장된 활동기간을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법률을 개정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는 인간의 존엄성 구현과 안전사회 건설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정부가 특조위 활동의 종료를 주장하면서 진실규명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짓이다. 우리가 5·18 광주민주항쟁의 넋을 깔고 오늘을 살고 있듯이, 4·16 세월호 참사의 넋은 악령의 벽을 깨고 부활할 것이다.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는 자들을 역사는 저주하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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