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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4 17:31 수정 : 2016.07.04 19:30

황용필
스포츠 칼럼니스트, 성균관대 초빙교수

주경야독하는 대학교 한 프로그램에 예의 그렇듯이 원우회가 잘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구성원들 소통의 장으로 단체 카톡방이 개설되었다. 사이버상의 단체방은 정보 공유의 최고 소통장소다. 데면데면한 옆 사람도 사이버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친구가 된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대에는 가까운 사람보다 먼 타인에게 더 친절하다. 기억해 보라. 늘 만나는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거리도 기차 안에 우연히 같이 앉은 옆 사람한테는 부담 없이 쏟았던 추억. 익명에다 타인이기에 외려 부담 없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단체방 소식이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릴 때가 많다. ‘에스엔에스(SNS) 우울증’이라는 것이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구글플러스, 인스타그램, 레딧, 텀블러, 링크트인 등 에스엔에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상대방 자랑거리들이 상대적 열등감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에도 해는 다시 떠오르고 새는 지저귀며 별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빛나는 현실에 서면 나만 홀로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형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들어간 원우들의 단체방은 여전히 골프와 회식들의 이야기로 넘쳤다.

그날로 나는 원우들의 단체 카톡방을 나갔다. 생전에 형님이 투병생활을 하던 병원을 찾았더니 로비와 엘리베이터에 자기네 의사들이 출연한 동영상과 최신 의학 기자재들을 방영하는 홍보물이 넘쳤다. ‘그만큼 잘하고 훌륭하다는데 형은 왜 세상을 떴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많은 홍보물들이 다 소음처럼 들렸다.

미쳐야 이루는 것이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면 지나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래서 웅변이 소리 없는 아우성일 때 침묵은 차라리 형편을 헤아리는 작은 배려다. ‘젠틀맨 골퍼’라는 용어가 있다. 일행 중 골프를 못 치는 사람이 있으면 화제를 딴 데로 돌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2016년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켄 그리피 주니어는 한때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쌓았는데 단 한 번도 약물 오남용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었다. 특히 선수 시절 홈런을 치고도 조용히 홈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신이 지나치게 세리머니를 펼칠 때 땅을 치고 있을 투수를 배려한 것이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슬퍼하는 자와 함께 슬퍼하고, 환자 문병하기를 주저하지 말라. 살아 있을 때 친구에게 친절을 다하라. 될 수 있는 한 손을 내밀어 원조하라.” 유대인의 고전 <벤시락의 지혜>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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