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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7 16:54 수정 : 2016.06.27 19:34

얼마 전 “서비스직인데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일할 때 웃으라”며 은행 창구에서 소란을 피운 ‘진상’ 고객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구류 5일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웃음은 모든 사람을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강요된 ‘가짜 웃음’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감정노동은 고객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또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함으로써 “공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몸짓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정의되는데,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가 자신의 저서 <감정노동>에서 처음 사용했다. 한국고용노동원이 2014년 730개 직업 종사자 2만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내에서 감정노동의 강도가 가장 센 직업은 텔레마케터였고, 보험설계사와 은행 창구직원 등 금융회사 직원들도 강도가 셌다.

금융회사 직원의 감정노동 문제는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을 대면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금융회사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 직원의 감정노동 강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 같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은행법 등 5개 금융 관련 법률이 6월30일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과 적응장애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 시행령’이 개정된 것도 감정노동자 보호에 도움이 될 듯하다.

개정 은행법 등은 ‘감정노동자’ 대신 ‘고객응대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고객응대직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로 하여금 업무담당자 교체, 직원에 대한 치료 및 상담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요구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시행에 맞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보호조처를 마련하려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텔레마케터 등 아직까지 제도가 미흡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은행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고객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던 창구 직원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고객응대직원의 진심어린 서비스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고객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고객과 응대직원이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조금씩만 배려한다면 영업을 위한 ‘가짜 웃음’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짜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원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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