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독재정권 아래서 요직을 두루 역임한 사람이 과연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는 11월1일 광주시민의 날을 기하여 ‘광주 민주의 종’(건립 추진위원장 김양균 변호사) 종각 준공과 함께 타종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광주 학생 독립운동과 5·18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6·10 민주항쟁의 소산인 민주적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열정적인 민주화운동의 업적을 기리고 그 거룩한 뜻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한 민주의 종 건립이야말로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2000년 11월에 동구청에서 추진했던 사업이 2002년 광주시로 이관되면서 건립 추진에 따른 논의 과정에 5월 관련단체나 민주인사들을 포함하여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일부 추진위원들을 제외하고 민주의 종 건립 취지인 민주·인권, 평화와 번영의 염원과 8·15 광복절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에 적합한 인사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추진위원장의 경우 그에 걸맞은 분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이제야 제기하는 데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한 공론의 장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민주의 종 건립과 관련하여 종각의 기념비에는 건립취지문을, 표지석에는 건립추진위원 명단을 새기도록 되어 있는데, 일부 건립추진위원들은 물론 건립추진위원장의 경우 군사독재 시절부터 오로지 양지에서만 활동해 온 전력에 비추어 광주정신에 부합한지를 판단해야 했다고 본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친일잔재 청산과 관련해 일제 강점기에 일정한 직급 이상의 관료는 친일 인사로 규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일본군 장교 출신이자 여순사건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서 군사 쿠데타의 원조가 된 박정희 독재자 시대로부터 광주 민중 학살을 부른 전두환·노태우 정부, 그리고 호남 민중의 고립화를 위한 3당 야합의 주도자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고등검사장, 헌법재판관 등 독재정권 아래서 요직을 두루 역임한 사람이 과연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특히 김 변호사는 93년 5·18 광주민중항쟁동지회에서 제기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사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청구소송’에서 “법인이 아닌 사단인 청구인이 법 또는 입법 부작위로 말미암아 그 구성원들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음을 이유로 제기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자기 관련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것”이라 하여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당시 변정수 재판관은 지나치게 자기 관련성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의 편익을 외면한 처사로서 반민주적인 결정을 한 전형적인 사건이라 하여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처럼 특별히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일에 종사한 적도 없고 오직 권력의 편에서 살아온 인사가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광주시의 입김이 작용하였다는 관련 인사의 증언이 있는가 하면,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광주정신에 부합하지 않아 어떤 이유로라도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의 종은 민주·인권·평화·번영을 바라는 시민의 염원을 담아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8·15 광복절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함축하여 건립을 시작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추진위원들의 면면에서부터 두루 민주의 종 건립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친일진상규명법’이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의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정부기관의 건축물이나 문화재나 기념물 등에서 친일인사나 독재자의 잔재인 현판이나 작품 등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의 종 건립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될 경우 후일에 그러한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 분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바다. 이런 요구는 특정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민주의 종에 담긴 의미와 광주정신에 부합하는 인사들이 참여했을 때만이 광주 전남 시도민 모두가 공감하는 기념물로서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므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공론에 부쳐서 이를 개선해야 하고 서둘러야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범태/득량만환경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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