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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18:36 수정 : 2005.10.27 18:36

왜냐면 재반론 - 이흥수 교수의 ‘불소화는 보이지 않는 고통을 치료한다’를 읽고

장애인이나 빈곤층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들 가운데 불소화된 물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지금 수돗물 불소화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쟁의 핵심은, 추진 쪽은 화학물질이라도 적당히 물에 첨가하면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반대쪽은 안전성이 불확정적이니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현명한 태도일까? 가솔린에 첨가된 납, 석면, 디디티 등 이런 물질에 대해 당대의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장담했지만 나중에 인체와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끼쳐진 건강과 생명의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 박사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발견한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약리학의 권위자다. 이흥수 교수는 칼손 박사의 증언이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야말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칼손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과 함께 관련된 의학정보를 철저히 검토하고, 스웨덴 의회에서 불소화를 불법화하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학자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도 수돗물 불소화를 하는 나라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학자로서 연구논문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불소화로 인한 건강손상에 관해 보고해 온 허다한 논문을 왜 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불소화처럼 개인차를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시행하는 ‘보건사업’을 위해서는 관련된 사항에 대한 철저하고도 치밀한 사전조사와 지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불소화가 시작된 경위를 보면 이것은 엄밀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행됐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수돗물 불소화에 대한 최초의 제안은 보건관계 인사가 아니라, 당시 미국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사 소속 과학자 제럴드 J. 콕스에게서 나왔다. 즉, 수돗물 불소화라는 발상은 불화물이라는 독성 오염물질의 처치문제로 고민하던 산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 기간 동안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대량의 불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불가피했던 원자탄 제조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해 있던 미국 군부의 이해관계도 강력하게 여기에 결합되어 있었다.(크리스토퍼 브라이슨, <불소-거대한 속임수> 뉴욕, 2004년, 참조)

이런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수돗물 불소화로 인해서, 쥐약과 살충제의 주성분인 불소의 이미지는 어느새 맹독성 물질에서 몸에 유익한 물질로 둔갑해 버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 보건당국의 공식적 견해에 어긋나는 과학적 증언들이 어떻게 억압·무시되어 왔는지를 증언하는 자료도 적지 않다. ‘건치’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온 시민단체로 알려져 있는데, 불소화의 문제에 오면 미국의 추진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권위주의적 행태를 드러내는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불소화의 폐해를 증언한 한 치과의사를 ‘수색’해서,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데, 그 이유는 ‘예방치과 전문의’로 ‘사칭’했다는 것이지만, 과연 그이가 불소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면 이렇게 하겠는가.

물을 먹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다는 것은 명백한 강제의료행위다. 장애인이나 빈곤층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들 가운데 불소화된 물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가난하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자기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무시되어도 좋은가. 공공식수에 대한 불소첨가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변홍철/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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