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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2 17:39 수정 : 2016.06.22 19:08

올해로 2002년 6월12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압사된 심미선, 신효순 두 여중생의 추모 14주기를 맞았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의 처벌이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이 여중생 압사사건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이 사건은 초동수사와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억울한 두 여중생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불평등한 소파 개정과 추모 조형물 사고 현장 설치 등 주요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14년이나 방치되고 있다.

두 여중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향후에라도 공무라는 이름으로 억울한 한국인들의 죽음이 정당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형사관할권, 미군기지 환경오염, 탄저균 반입 통관 사항을 포함하여 불평등한 한-미 소파의 근본적인 개정이 있어야 한다.

우선 형사관할권에 대해 2001년 소파 개정은 피의자 신병 인도 시기를 앞당긴 장점은 있지만 미군 피의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인정한 점 등을 개정하지 못했다. 두 여중생 사건을 되짚어보면 개정 소파는 공무 중 범죄에 대해 미군이 무조건 1차적 재판 관할권을 기계적으로 갖도록 했는데 이는 불평등하다. 설혹 공무 중 범죄라 하더라도 범죄의 성격이 인간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줄 때에는 접수국이 가해자를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재판권을 이양받아야 한다. 특히 미군 피의자 특혜조항은 없애야 한다. 미군 대표의 입회 없이 이루어진 심문 및 수사 등 재판 진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항 등은 폐지돼야 한다.

둘째,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해 개정 소파에서 환경조항이 신설된 점은 환영한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운용 과정을 보면 외향은 좋으나 핵심 내용에서는 매우 미흡하다. 이제 질적으로도 독일 소파처럼 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및 피해자 보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개정돼야 한다. 최근 반환된 미군기지의 오염 실태의 심각성과 천문학적 정화비용 및 반환협상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원인과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 반환될 미군기지는 독일처럼 한국환경법이 직접 적용되고, 국제환경법상 환경오염에 대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야 한다.

셋째, 통관 규정에서 가공할 만한 살인 생화학무기인 탄저균에 대해 소파 제9조 5항은 “명령에 따라 한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 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주한미군이 어떤 물품을 들여와도 한국 정부가 조사하거나 확인할 권한이 없다. 한국군과 정부 당국이 탄저균 반입을 사전에 전혀 인지할 수 없는 구조이다. 미군이 샘플을 반입할 때 정부에 통보하게 한 소파 합동위원회 합의권고안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권고안은 강제력이 없어 탄저균과 같은 위험물질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한국 정부가 검역주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파 규정상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독일 소파에는 위험물질 반입 시 반드시 독일 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두 여중생 압사 14주기를 맞아 이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소파 개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미군 당국과 정부 그리고 제20대 국회는 진상 규명과 추모조형물 사고 현장 설치를 포함해 불평등한 소파 전면 개정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이장희 SOFA개정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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