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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0 16:37 수정 : 2016.06.20 19:53

지난달 말 ‘죽음의 바다’가 된 지중해의 현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진이 또 하나 공개되었다. 독일의 한 구호단체에서 공개한 한 장의 사진에서 한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아기는 잠을 자듯 그렇게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3000㎞가 넘는 고난의 여정에서 아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과 위험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를 절망과 슬픔으로 빠트린 3살 난민 쿠르디의 비극이 아직 계속되고 있음을, 아직 우리 어른들은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책임감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난민이란 국제법상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에의 구성원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당할 공포로 인해 국적국 또는 상주국 밖에 있는 국민 또는 무국적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로 정의된다. 세계 난민의 수가 약 2천만명에 이르는데, 이들 네 명 중 한 명이 시리아 난민이다. 2015년 한 해 3770명의 시리아 난민이 자유를 꿈꾸며 바다를 건너다 사망했다. 시리아 난민 중 70%는 여성과 아동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터키,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그리고 쿠르디스탄 등 난민들이 거쳐가는 주요 거점에 경유센터를 만들고 난민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과 여성들을 위한 기본적인 위생용품 지원에서부터, 아동의 심리적 치료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과 건강검진 등을 지원한다. 전쟁 중인 자국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위험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최근 발칸반도 국가들의 국경 봉쇄와 난민 수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통합적인 대책 부재로 빛이 바랬다. 이제 난민들은 자신을 더욱더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이러한 선택의 강요에서 우리 사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외신은 열악한 환경 속 인천공항 송환 대기실에서 머물고 있는 시리아 난민 28명의 실태를 보도했다. 최대 50명이 머무를 수 있는 대기실에는 현재 시리아 난민 28명을 포함하여 각지에서 온 난민 180명이 머물고 있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한 시리아 난민은 벌써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대기실에서 보내고 있다. 시리아 내전 이후 2012년부터 현재까지 146명이 난민신청을 했지만, 이 중 단 3명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을 뿐이다.

시리아 난민을 포함하여 세계 2천만명의 난민들은 현재 식량, 식수, 위생 등 생존과 직결되는 위기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들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난민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보호’이다. 만약 일제 강점기에 독립활동가들의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국내외 난민들에 대한 외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까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묵살하거나 모른 체하고 있는 건 아닌지 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보내며 묻게 된다.

오원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해외사업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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