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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6 17:33 수정 : 2016.06.16 21:09

‘맛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급식의 질을 의심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음식의 맛’을 학교급식의 전부인 양 말한다. 학교급식은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하며, 그것은 형식적인 평가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평가여야 한다. 먹을거리는 학생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여러 방면의 평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이 실시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이며 친환경 급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친환경 급식을 열심히 실천하는 영양(교)사일수록 ‘맛이 없다’는 불평 때문에 매우 힘들어한다. 해마다 실시하는 설문조사 문항은 애매모호한 ‘학교급식 만족’ 혹은 ‘음식의 맛’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명백히 학생을 소비자로 인식하는 시장논리에 의한 평가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쓰고, 마음의 양식이 되는 교훈이 쓴소리인 것처럼 학교급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급식은 ‘맛이 없는 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에 더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맛은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의 온도(적정 온도)와 먹는 사람의 건강상태(건강을 잃어버리면 입맛을 잃게 된다) 그리고 정서 혹은 마음(기분이 언짢거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경우 밥을 ‘모래알 씹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에 따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다. 염도나 당도, 산도 등 도구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맛이란 어쩔 수 없이 매우 주관적이다.

교육의 본질을 변화라고 했을 때, 학교급식을 통하여 어제 기피했던 음식을 오늘 경험함으로써 내일은 맛있게 먹게 된다면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이며 교육의 ‘핵심적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양교사로서 급식철학과 교육철학에 비추어 학교급식 평가기준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에 명시된 식단 구성의 5가지 원칙을 지켜서 식단을 구성하였나. 둘째, 영양기준량, 식재료 품질 사용기준 등 공급의 원칙을 지켜서 식단을 구성하였나. 셋째, 우리나라 식량정책이나 국민건강영양정책 등을 충분히 반영하였나. 넷째, 학교급식 조리장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나. 다섯째, 보편적으로 학생의 건강·보건수준이 향상되고 있나. 여섯째, 인스턴트·가공식품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입맛이 얼마나 바뀌고 있나. 일곱째, 급식으로 인한 음식물쓰레기가 유의미하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나. 여덟째, 학생의 지구환경 보존의식이 향상되고 있나. 아홉째, 학생의 도덕수준이 향상되고 있나. 마지막으로, 측정하긴 어렵겠지만,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급식을 매개로 소통과 공감, 배려와 나눔, 즉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날마다 배움과 성장(바람직한 변화)이 일어나고 있나.

위의 10가지 기준에서 ‘맛’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급식의 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보편적인 맛의 평가는 일곱번째인 음식물쓰레기의 감소일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은 외부 평가보다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교)사의 자기 평가에 먼저 적용해야 할 것이다. 자기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쌓여갈 때 학교급식의 근본 목적인 학생 심신의 건전한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급식을 ‘맛’으로만 평가하지 말라. 학생의 일방적인 말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학교급식을 통해 ‘새로운 맛, 잃어버린 맛’을 배워야 한다. 학교급식은 사실 ‘먹고사는 문제’이므로 우리에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정명옥 화성 동화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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