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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8 19:29 수정 : 2016.06.08 19:29

국방부의 병역특례 폐지 방침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입장에 무게를 싣는 보도들도 있고, 야당 의원들이나 일부 정부 부처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들은 대체로 이 문제를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의 문제를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놀랍다.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를 지는 징병제하의 병역특례란 그 자체가 명백히 모순이고 비정상이다. 학력 단절로 인한 피해는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며, 병역 대신 연구나 경제활동에 종사했을 때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유독 이공계에 대해서만 그런 이유로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공정성의 측면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국가 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제한적이나마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은 결코 편익보다 작지 않다.

우선 병역특례는, 병역 수행이 결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 아니며, 흔히 말하듯 “썩다 오는 것”이라는 것을 국가가 공인하는 것이다. 병사들에게 강조하듯이 병역 이행이 정말로 배워 가는 것이 많은 가치 있는 경험이라면 어째서 이공계 인재들에게는 그러한 영광을 누릴 기회를 주지 않는단 말인가? 귀한 인재는 마땅히 우대받아야 한다는 식의 병역특례 제도는, 자신들을 그들 못지않게 귀한 신분이라고 여기는 계층에게 병역 면탈에 대한 강한 동기 부여 요인이 될 것임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이공계 인재를 잡기 위해 병역특례 제도를 둬야 한다는 정부가, 우리는 특례가 없으니 유학이나 가겠다는 사람들에게 과연 애국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병역특례는 병역 면탈을 부추기는 동시에 남아서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의식과 냉소주의를 심어준다. 이른바 국론분열과 갈등 조장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도 드물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국민을 평등한 권리의 주체가 아닌 국가적 목표를 위한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았으며, 공정성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불평 불만으로 치부하며 억압했다. 병역특례 제도는 그런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도입되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최대한 좋게 보자면, 나라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던 시절에 나온 유인책이지만, 어떻게 보든 이 제도의 시대착오적인 성격은 부정할 수 없다. 병역특례는 병력 수급 문제와 상관없이 폐지되어야 한다.

고종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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