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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졸업을 앞두고 새 국회에 / 박영민 |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그간 대선부터 지방선거, 총선까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나의 한 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고민하고 또 염원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어제보다 더 진보했고,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동국대 북한학과에 재학 중인 저는 최근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조선노동당의 당 대회를 관심 있게 봤습니다. 당 대회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악화된 남북관계는 북한학도에겐 막연한 정치가 아닙니다. 취업과 미래를 결정지을 현실에 가깝습니다.
당장 남북교류를 다루는 회사도, 정부부처도 없는 상황이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으로 2011년 기준 약 6000억원대의 손해를 입은 현대아산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사업계획이 확대될 일도 없기 때문이죠.
최고 수치를 기록한 청년실업률 앞에 정부는 청년과 대학에 그 탓을 돌립니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학에서 적절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수요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학문을 배운 청년들 탓이라는 것이지요. 정부의 이러한 불호령 앞에 대학은 앞다퉈 ‘프라임 사업’이라고 불리는 구조조정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인문·사회계열 인원은 축소되고 그 인원을 공학계열에서 충당했습니다. 교육부에는 ‘너무 많은 대학과 대학생’이 오직 인문·사회계열에만 해당했던 모양입니다. 프라임 사업의 결과로 해당 대학 전체 인원의 11%에 해당하는 5351명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이동’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인문계열과 공학계열을 복합한다는 명목으로 신설된 학과들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경희대는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을 합쳐 웹툰창작학과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샀고, 국민대는 ‘엔터테인먼트디자인 테크놀로지학과’ 등 읽기도 힘든 영어를 다 가져다 붙여 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은, 대학에선 문과의 씨를 말려놓고 정작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인문학 증진법’을 공포한 게 다름 아닌 정부라는 것입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청년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가 왜 취업에 실패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가장 분명한 건 문과생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겁니다. 적절한 분배도 없이 발전을 외치며 돈 되는 기업만 키워주는 풍습이 원인입니다. 인력난에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경직된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고 말하는 정부가 원인입니다.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나라 정치의 암담함이 보입니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생존의 문제가 닥친 청년들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승리했다는 성취감에 취해 20대 국회에 기대하고 있는 청년들을 잊어버리진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4년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패기 넘치게 출발 테이프를 끊은 만큼 모두의 염원을 빌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꼭 일조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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