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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8 21:38 수정 : 2016.05.18 21:38

최근 아이돌 멤버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누군지 몰랐다는 이유로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여론이 나빠지자 당사자들이 에스엔에스(SNS)에 사과문을 게시하기까지 하였다. 과연 연예인이 보편적인 ‘상식’을 모르는 것은 죄인가?

이러한 논리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보편적 상식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상식이고 어디까지가 지식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혹자는 최소한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우리는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사진만 보여주고 인물을 맞히라고 하면 우리는 몇 명이나 맞힐 수 있을까? 또 누군가는 최소한 비중있고 중요한 인물인 안중근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비중있고 중요한 독립운동가는 굉장히 많다. 그중 한 명이라도 모르면 무식한 것인가? 애초에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조국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위해 헌신하신 독립운동가분들의 비중과 중요도를 비교한다는 것도 역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부질없다. 여러 명의 사진을 늘어놓은 문제에서 그중 한 명을 틀린 사실을 부각하여 역사에 관심없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요 마녀사냥이다. 해당 방영분에서 지민과 설현은 안창호와 김구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틀린 문제만 부각했다.

또한 우리는 똑같은 무식에도 유독 국사 문제에만 엄격하다. 무식한 것이 죄라면 사칙연산을 틀린 채연이나 ‘ROSE’를 ‘LOSE’라고 쓴 연예인, “영국은 왜 새벽에 축구를 해요?”라고 한 연예인들은 모두 대역죄인일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은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고 그저 웃음거리로 넘기며 심지어 그걸 백치미라고 불렀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국사 문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국사 지식을 모른다애국심이 없다’는 등식으로 해당 연예인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사과까지 해야 한다. 이는 굉장히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나라 사랑이라는 것은 역사 지식을 줄줄 외우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업에 종사하면서 기본적인 사회적 의무를 준수하는 것으로 족하다.

무식한 것이 죄라는 주장은 내가 아는 것은 너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폭력이다. 세상에 지식은 수없이 많고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무식과 유식은 결국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를 죄라고 주장한다면 누구도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박병규 서울 양천구 목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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