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5.16 19:26 수정 : 2016.05.16 19:26

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지금, 우리 사회에 잠복했던 ‘노인 문제’가 까다로운 퍼즐을 달고 하나둘 불거지고 있습니다. 만성질병, 절대빈곤, 치솟는 자살률, 빗나간 노인의 성, 못 말리는 치매…. 더는 놀랍지도 않고 이제 목청 돋울 힘마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박수 받을 일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웬만한 건 견딜 수 있었고 뚝심 하나로 잘 참아오지 않았던가. 욕심 많은 늙은이 소릴 듣기 싫어서라도.

그러나 무연고 독거노인은 뼛속까지 서럽습니다. 온 세계가 하얗게 바래버린 듯한, 그런 무가족의 설움을 아십니까? 저는 70살의 미혼남이기에 가족 없는 외로움, 그 본능적으로 아릿한 뭔가를 가끔씩 느끼고 거기에 젖어들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지니고 있는 무연고 독거노인들에게 국민행복시대의 따스한 봄은 왜 오고 있지 않은지요?

무연고 독거노인들은 고독으로 인하여 우울감을 느낄 적에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인 줄 압니다. 가족 없는 무연고 독거노인들은 외로움과 빈곤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그 위축감으로 인해 공감대를 형성할 이웃과의 교류마저 단절되기 쉽습니다. 그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는 치매, 우울증도 더욱 악화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저 만만히 보아 넘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정부 주무부처와 지자체는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봉사단체, 종교계가 나서서 상통할 수 있는 ‘대화의 광장’을 개설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같은 처지의 외로움을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진솔한 대화로 친교와 공감대가 형성되면 무의탁 독거노인들의 고된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연고 독거노인들도 당연히 생래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국가 구성원의 일원이요, 우리 사회의 주름 없는 정착인입니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다가 작별할 지인도 없는 무연사의 기구한 운명을 국가와 사회에서는 언제까지 무관심으로 방치할 건지 묻고 싶습니다. 대선이나 총선 때, 어느 후보도 소외된 무연고 독거노인들에 대한 공약은 없었습니다. 복지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선한 사마리아 무연고 독거노인들을 보듬고 온당한 구제정책을 수립하는 것 또한 제대로 된 국가의 책무 아니겠습니까?

5월 가정의 달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정의 달에 독거노인은 유독 한기를 느낍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만 빛나게 제정되었고 무연고 독거노인들은 관심조차 없이 방치되는 아프고 뒤틀린 현실을 과연 국가와 주무부처는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것인지요? 감히 제언합니다. 5월 가정의 달에 이른바 ‘독거노인의 날’을 제정하여 무연고 독거노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옹호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서울 노원구 초안산로1길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