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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6 19:25 수정 : 2016.05.16 19:25


황당한 일이다. 의료민영화 반대 공약을 내세운 야당들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했는데, 19대 마지막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핵심 의료민영화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의료법인, 즉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법안이다.

병원을 사고팔겠다는 이 법안은 병원장들 모임인 병원협회가 2006년부터 주장해왔다. 그리고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종합계획인 ‘4차 투자활성화 방안’으로 또다시 집요하게 추진되었다. 병원 인수합병 허용과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이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그 병원에 다시 투자하도록 제한을 둔 병원이다. 투자를 받아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영리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산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 그 대신 재산세와 부동산 취득세를 면제받거나 대폭 감면받아왔다. 정부로부터 장기저리로 대출을 받는 혜택도 누려왔다.

그럼에도 병원협회는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 요구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박근혜 정부는 우회로로 영리자회사와 병원 인수합병 허용을 추진했다. 이 중 영리자회사는 이미 의료법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시행되었다. 200만명의 반대서명도 소용없었다. 2년 전 일이다. 남은 건 병원의 인수합병이었는데 이마저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에서 통과된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병원의 합법적 매각과 합병이 가능해진다. 대형체인병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영리자회사로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만들고 이 회사들이 대형체인병원에 건물 임대, 의료기기 공급, 의료인력 공급, 병원 컨설팅을 할 수 있다. 말은 경영지원회사지만 사실은 대형체인병원의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자회사는 영리기업이므로 사실상 의료법인체인이 영리형 체인병원이 된다.

미국의 의료민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 미국의 영리병원은 의사들이 소유한 병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병원들은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3~4개의 체인병원으로 대형화되었다. 그중 가장 큰 에이치시에이(HCA) 네트워크 병원은 오바마의 지난 대선 공화당 경쟁주자였던 밋 롬니의 사모펀드 베일 앤 컴퍼니가 대주주다. 에이치시에이 병원들은 높은 의료비와 국가 건강보험에 대한 과다청구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가 특집으로 다루었을 정도다. 2위 영리체인인 테닛체인병원 소속인 레딩메디컬센터에서는 불필요한 심장 수술이 600건 넘게 행해졌다. 이 영리 네트워크들은 돈 되는 부분만 남기고, 환자들에게는 필수적이지만 수익은 별로 안 나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폐쇄해버린다.

한국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똑같은 이름을 붙이고 전국에 퍼져 있는 병원들은 이미 편법적인 영리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척추 수술, 무릎 수술, 나아가 위밴드 수술 같은 고가의 시술이 남발되는 원인 중 하나가 이들 병원이라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다. 이런 병원들이 앞으로 병원의 주된 형태가 되는 것을 상상해보라. 전국의 병원들이 대형체인병원으로 바뀌고 그 영리자회사들이 투자 대상이 된다. 지역에 있는 꼭 필요한 병원들이 돈 되는 부분만 남기고 축소되거나 아예 문을 닫게 될 것은 정부연구소에서도 예상하는 일이다. 내 차트에 담긴 개인질병정보가 내 동의도 없이 거대체인병원에 넘어가는 일도 뒤따른다. 의료비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또 대량해고야말로 인수합병의 목적이 아니던가.

회의록을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보건복지위 그 자리에 이의제기 없이 앉아 있었다. 야당들의 의료민영화 반대 공약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병원을 사고파는 의료법인 인수합병 법안 통과를 막아야 할 것이다. 오늘(17일) 국회 법사위윈회에서 이 법의 마지막 심의가 이루어진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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