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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2 20:46 수정 : 2016.05.12 21:34

가끔 독버섯을 잘못 먹고 탈이 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접하곤 한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이 상당히 유사해서 구분하기 힘들어 발생한 사고이리라. 그렇게 독버섯을 먹고 건강을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들은 다시 비슷하게 생긴 식용버섯을 보더라도 다시는 먹지 않을 것이다. 아예 독버섯이든 식용버섯이든 자세히 구별하기보단 그냥 비슷하면 과거의 고통이 오버랩되면서 안 가리고 밟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무엇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이 비단 버섯에서만 생길까? 유사한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해 좋은 것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일 말이다.

요즘 학생인권조례다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이다 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금도 학생들이 권리네 뭐네 하면서 선생님, 부모님 말씀 안 듣고 삐딱하게 나가는데 학생인권조례나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이 제정되면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꽤 많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다. 요즘 학생들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상황이 이럴진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독버섯 얘기를 떠올려보자. 독버섯과 식용버섯은 상당히 유사해서 오인하는 순간 ‘식용버섯독버섯’이 된다. 식용버섯 입장에서는 여간 억울한 게 아닐 것이다. 권리와 이기심….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특정 개인 또는 집단 이기심으로 보이는 게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식용버섯과 독버섯처럼 권리와 이기심은 같을 수가 없다. 학생들이 저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리이기심’이라는 공식이 마음 기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권리, 즉 인권이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동등하게 누리는 보편적인 권리다. 나에게도 보장되는 권리이지만 다른 사람 모두에게도 똑같이 보장되는 권리가 바로 인권이다.

내가 존중받을 권리가 있듯이 타인도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학생이라면 지금같이 어른들이 걱정하는 모습으로 자랐겠는가? 오히려 권리와 이기심을 혼동하여 내 주장만 펼치고 내 권리와 이익만을 좇아 너만 잘되면 된다고 자식을, 학생을 가르친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을까? 이제는 ‘인권이기심’이라는 잘못된 이해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권이 무엇이고 이기심을 권리와 구별하는 법을 가르친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인권을 제대로 가르쳐 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기 때문에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착각하고 먹듯이’ 이기적 사고가 권리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학생들의 행태를 지금 어른들이 심각하게 걱정하는 수준까지 몰고 온 것이 아닐까?

이기심은 나의 권리만 이야기하지만, 인권은 나와 모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이야기한다.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인권을 누리는 존재라고 배운 학생이라면 지금 어른들의 걱정대로 부모님께, 스승께, 친구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일을 하겠는가? 이기심과 인권을 한 통에 집어넣고 밟아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동원 충북 청주시 상당구 호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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