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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함께 쓰고 같이 웃자, 근로계약서 / 손찬호 |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너는 나한테 왜 그랬냐?”
“말이 다르잖아요?”
“너도 다르잖아.”
한 알바 구인 앱 광고에서 나오는 아르바이트생과 사장님의 대화이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 계약을 체결해서 생기는 분쟁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반면 나는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체불된 임금을 받은 경험이 있다.
법률적으로 근로를 하고 있다고 입증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 과연 얼마나 작성을 하고 있을까? 2014년 대구지역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고 교부받은 비율은 조사 대상자 중 32.7%밖에 되지 않았다. 35.6%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교부받지 못하였고, 그 나머지는 구두로만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구두로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구두로 제시한 임금과 다른 임금을 받은 비율도 절반 가까이 됐다. 부당해고와 임금 및 퇴직금 체불을 당해 노동당국에 진정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서 구제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고용주들은 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하지 않는 것일까? 근로계약서는 필수적으로 작성할 의무가 없고 양식이 다양하며 작성 방식도 간단하지가 않다. 또 고용주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일하는 알바 노동자들도 근로계약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는 굳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할 이유가 없으며, 알바 노동자는 근로계약서를 요구하고 싶어도 혹시 고용주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까 염려되어 요구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고용주의 근로계약서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알바 노동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면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거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어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근로계약서 양식이 다양하고 작성이 쉽지 않아 겪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표준 근로계약서를 중심으로 근로계약을 하도록 장려하고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등을 활용해 계약서 작성 방법을 쉽게 설명하여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공익광고 등을 통해 근로계약서의 이점을 적극 홍보하면 알바 노동자들도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아르바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들이 사회생활의 소중한 첫 경험을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등의 분쟁으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한다.
손찬호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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