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02 19:19
수정 : 2016.05.02 19:19
환태평양조산대에 걸쳐 있는 이른바 ‘불의 고리’에 해당하는 일본, 에콰도르 등 여러 나라들에서 지진 공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상청 지진통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진도 2.0 이상의 지진은 20건이었다. 2010년 5회에 불과했던 규모 3.0 이상 지진도 2013년에는 17회까지 증가했다. 진도 5.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언론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우리나라 건축물들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거나 미진해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재앙 수준에 이르고 만다. 도심 밀집지역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 주거가 많아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고 5~7단계까지 내려오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공사 관행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 하도급 과정에서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이는 부분이 ‘안전’ 관련 예산이다. 지난 3월2일 <제이티비시>(JTBC)는 ‘아파트 기초공사 말뚝박기 평가지 조작 부실시공’ 문제를 집중 보도한 바 있다. 건축물 공사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 ‘기초공사’인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곳곳에서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은 곧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주택, 골목 등에 거미줄처럼 매설되어 있는 도시가스 또한 지진이 발생하면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내진설계 대상 공공시설물 10만5448곳의 내진율은 42.4%에 불과하다. 또한 전국적으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35%가 넘지 않는다. 3층, 1000㎡ 미만 소규모 건축물은 내진설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1988년 내진설계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시공된 건축물에 대한 대책도 없다. 특히 민간 건축물은 내진기능 보강을 강제할 수 없으므로 상당수 건물이 무방비 상태다. 일본의 경우, 건축물 등기상에 건축물 재료, 구조 등을 자세하게 기재하도록 해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유해한 건축재료를 썼거나 안전에 취약한 건축물은 소비자들이 걸러내는 것이다.
정부는 노후 건축물들에 대한 정확한 안전진단을 조속히 실시해 데이터화해야 한다. 아울러 다세대 연립, 빌라 등 소규모 주택에 대한 안전진단 비용을 더 큰 폭으로 지원해야 한다. 공사감리를 더욱 강화하여 부실시공에 대해 엄한 형사처벌과 재시공 명령을 내려야 한다. D·E 등급 노후 건축물은 집단이주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신축 건축물에 대해 좀 더 강도 높은 내진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끝으로, 집을 사는 소비자들도 화려한 인테리어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안전한 구조물인지 여부도 꼼꼼히 봤으면 한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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