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02 19:18
수정 : 2016.05.02 19:18
4월은 한 해 상반기 중 기념일이 가장 많다. 20대 총선은 에너지의 활동이 왕성한 4월을 더욱 부추긴 반면, 우리가 좀 더 깊게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 22일은 지구의 날, 25일은 법의 날이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면, 4월을 포함한 5월은 공동체의 달이다. 우리가 살면서 생각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을 기리는 달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우리리서치가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116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위에서 언급한 탈근대적 기념일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물었다.
질문1. ‘귀하가 거주하는 지역에 장애인학교가 설립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63%)이 반대한다는 응답(7%)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사람의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제력 기반의 교육 및 주거환경의 중시) 풍토는 그리 우려할 만한 문제로 나타나지 않았다.
질문2. ‘귀하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공정하고 공평하게 운영되고 있는 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민주주의제도’라는 응답이 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에 이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다음으로 높은 응답을 보인 제도는 ‘시장경제제도’ 19%, ‘법치제도’ 17%, ‘정부의 행정제도’ 6% 순이었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국민이 법치제도보다 시장경제원리를 더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느낀다는 점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신호일까. 갑론을박할 수 있다.
질문3. ‘귀하는 다음 중 어떤 행위를 한 기업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 29%, ‘부당한 영업이득을 챙기는 기업’ 28%,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 23%,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기업’ 12%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시대에 존경받는 기업이 규모가 크고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이었다면, 민주화 시대에 존경받는 기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투명경영을 하는 기업이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존경받는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환경보호를 비중 있게 넣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보육과 교육이 충분히 보장되는 나라, 법치가 바로 서는 나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나라는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말씀하신 ‘문화강국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백범일지 중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5월이다. 우리 모두가 온전히 노동절(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을 맞이하려면, 공동체의 일원인 장애인이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온전히 스승의 날(15일), 유권자의 날(10일), 성년의 날(16일)을 맞이하려면, 법과 행정이 집행되는 곳에서 부당함이 없어야 한다. 온전히 방재의 날(25일)을 맞이하려면, 환경보호가 기업화·생활화되어야 한다. 4월은 5월로 이어지는 최소한의 가치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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