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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방과후 강사도 노동자다 / 김명이 |
초등학교에는 정규수업 외에 여러 특기과목을 배울 수 있는 방과후 수업이 있다. 학교마다 개설된 방과후 과목은 적게는 20여개, 많게는 40개이며, 전체 강사만 해도 13만명에 달한다. 방과후 수업은 ‘학생들의 특기적성과 돌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의 일환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과후 운영 정책은 애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방과후 강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만들어서 노동자성을 부정하거나, 강사들의 임금에서 중간수수료를 가져가는 위탁업체에 소속된 파견제로 만드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강사’에서 ‘프로그램 위수탁자’로 명칭이 바뀌었다. 고용의 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방과후 강사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학교의 업무지시를 받고 수업하므로 고용관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런데 학교 쪽은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위해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업자 간 계약관계로 변질시키면서 해고를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강사에게 사업자 등록을 하고 그 등록증을 가져오라고 하는 곳도 있다. 이것은 방과후 학교를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위탁업체들은 학교와 계약하고 강사들을 고용해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하청회사인 셈이다. 사실 이런 위탁업체는 중간수수료를 받는 것 외에 하는 일이 거의 없다. 현재 컴퓨터와 영어, 수학, 역사 등 많은 과목에 위탁업체가 들어와 있고,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20~40% 이상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등 중간착취가 만연해 있다.
방과후 강사가 학교와 계약하는 기간은 1년이다. 해마다 12월이면 재계약의 불안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재임용 기준이 학교마다 자의적이다. 나의 동료 강사는 평가점수도 높고 수업도 잘해서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면접점수 때문에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면접점수는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기준이 정해져 있지도 않아서 면접자의 자의적 판단일 수밖에 없는데, 강사들의 생존권을 좌우한다. 갑자기 강사가 해고되면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강사가 바뀌면 수업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심화과정으로 가야 하는 학생들은 길을 잃는다. 교구수업의 경우, 강사마다 전문성이 달라서 교구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교구로 다시 시작하거나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방과후 강사들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사료와 재료비를 연체하거나, 대납하라고 강요하는 일도 있으며, 수강료가 완납되지 않았거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강사료를 늦게 지급하기도 한다. 또한 전기세, 냉난방비, 복사비 등의 명목으로 걷고 있는 수용비도 문제다. 3~8%까지 학교마다 제각각인데, 법적 근거가 없다. 수용비를 내고도 내역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전기세, 난방 등은 이미 학교예산에서 지출하는 부분인데, 방과후 수업에 따로 적용하여 부과하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거나 출산을 할 경우에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강사가 일정 기간 휴식 후에 수업을 계속하기 원하지만 학교에서 거의 계약을 해지한다.
정규교원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데도 처우나 노동조건은 이처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우리는 교육당국이 방과후 교사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하고 노동자성을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김명이 전국방과후강사연합회 대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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