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그런 사람- 총선을 앞두고 / 박은중 |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그의 영혼에는 흉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겪었던 아픔을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할 많은 청년에게,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진심 어린 위안과 용기를 주며 치유해 줄 수 있는 기억의 회로만은 남아 있습니다.
그는 치우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나 중심을 잡고 그 중심에 서서 좌우에 손을 내밉니다. 그렇더라도 그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양쪽을 나누는 지점이 아니라, 양쪽을 하나로 엮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각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모두가 웃을 때 따라서 웃지 못하는 사람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앞으로 지나갈 때, 그 사람의 한 걸음 옆으로 가만히 다가갑니다.
그는 큰 것을 바라보지만 아주 작은 것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큰 것을 바라보는 이유도 결국은 수많은 작은 것들을 온전히 지키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은 것을 희생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주 작지만, 사실은 너무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큰 것을 보류하기도 합니다.
그는 온화하지만 때로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단호합니다. 인격의 가치를 훼손하고 생명을 처절한 고독으로 내모는 사람에게 정당하게 주어지는 제재에는 인자함을 베풀지 않습니다. 비록 그가 겪을 고통에도 뒤돌아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의 내면이 진실의 상을 보여줄지라도, 그 모습이 절망이라면 그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저 자신을 속일지라도 그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헛된 희망으로 끝나지 않게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을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욕을 품지 않습니다. 세상을 위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재물에 대해서만 욕심을 품을 뿐입니다. 그 경우에도 부정한 유혹에는 마음 한자리도 내주지 않습니다.
그는 때를 압니다. 그가 침묵해야 할 때를 압니다. 그가 일어서야 할 때를 압니다. 그가 멈춰야 할 때를 압니다. 그리고 한나절의 뒤안길 같은 짧은 세상 여정을 마감할 때가 가까워지면, 그동안에도 하나둘씩 버려왔던 자신의 모든 것, 이제는 초라해진 자신의 남은 모든 것을 마저 내려놓습니다.
내 자녀가 장차 그러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우리의 청년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 조국을 이끌어가겠노라며 지도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박은중 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