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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8 19:41 수정 : 2016.03.28 20:13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두꺼운 외투를 벗지 못한 것을 보면 작년의 여운이 남는다. 지난 한 해 동안 교실에서 수업을 바꾸어보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모둠이 협력하는 활동은 삶의 모습을 교실로 잘 옮겨온 수업 방법이었다. 자료를 협의하면서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성적이 우수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마주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아이들은 글을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고, 기계적으로 암기하여 지식을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함께 정보를 나누고 구성하였다. 발표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였고, 다시 내용을 정리하여 카페에 글을 올린 다음 서로 댓글도 달았다.

인간이 무엇인가 서로 공유하고 나눌 때 즐거움을 얻듯이 아이들은 교실에서 협력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는데, 나는 이 장면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적었고, 아이들에게 피드백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내적인 성장을 확인하면서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이러한 신뢰와 정서적 유대관계는 경쟁보다는 인간의 정신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을 했던 것과 관련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수업 외 학교활동에서도 고민들을 이어가면서 인생의 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아갔다.

서울대 입시에서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강남 3구 일반고 합격자가 독식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특정 학교들에 유리하도록 작동한 결과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래서 차라리 예전 수능이나 학력고사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예전의 시험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은 학교 수업을 다시 일방적인 강의나 문제 풀이로 더욱 고착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인간의 정신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가치를 구현하기가 힘들어진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온 지식과 삶을 연결하면서 그것을 실천하고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제도가 애초 목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고쳐가면 되지 않을까?

먼저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에서 하고 있는 소논문이나 연구 과제는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므로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 일반고는 소논문과 관련하여 대학기관과 연계하여 전문가를 초빙하기가 어렵거니와, 한다고 해도 소수의 학생만 참여할 수 있으므로 교육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수업시간 활동에서 이루어지는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 비중을 지금보다 더 높여보자. 그래서 그 내용을 학생부의 교과특기사항에 입력하고, 동아리·봉사·진로 등의 비교과도 수업에서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삶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지를 평가하면 어떨까? 그러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사회·경제적 배경과 출신고, 사교육이 변수가 되지 않으면서 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만 하여도 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박찬흥 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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