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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비급여 의료행위 통제, 누가 적임인가 / 김준현 |
병원 진료비 중에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의료행위라도 관련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고, 건강보험 급여범위에서 벗어난 비급여의 경우에는 환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한 가계 부담은 전체 국민 의료비의 45.7%를 차지하는데(2013년 기준),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7.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재원의 투입 비중이 낮은 탓이지만, 공공재원 운영의 효율성도 담보해야 한다. 공공재원이 보장성을 높이는 데 투입되더라도 가계 부담 완화에 정확하게 접목되는 것이 필요하다. 가계 부담의 가장 큰 주범은 비급여 행위이다. 비급여 시장의 팽창은 과잉진료의 유인이 되며, 민간의료보험 확산의 주된 기반이기도 하다.
그동안 비급여행위는 환자와 의사의 사적 계약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제도권의 개입이 제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조사·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문제는 누가 비급여 조사 및 관리 주체가 되느냐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단일보험자 체계이나 실제 운영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재정 운영 책임이 있고, 심평원은 진료비 및 의료행위 심사·평가가 주된 업무다. 따라서 비급여 조사기관이 누구냐에 따라 관리 방식과 효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비급여 비용 조사와 공개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가계 부담 완화라는 비용통제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개별 의료행위 접근 방식의 가격 정보 공개나 관리보다는 전체 가계 부담 완화 차원에서 비급여 전체 비용을 통제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는 비급여 행위를 강제로 퇴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의료행위를 억제하지 못하는 마당에 비급여 행위를 건건이 심사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의료행위별 접근이 아닌 총액 접근이 타당하고, 직접적인 통제 대상은 의료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급여 조사와 통제는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수가 계약은 보험자의 권한이다. 보험자는 비급여 총액을 포함한 의료기관 전체 수입을 근간으로 의료기관 보상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비급여 남용으로 가계 부담을 초래하면 수가 보상에 패널티를 적용하면서 비급여 비용 감소를 유도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와 같이 건강보험급여 행위와 비급여 행위의 혼용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비급여 조사 및 공개를 위한 의료법 개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손보험의 보험 심사를 위탁하기 위한 터닦기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보험산업 육성 기조와 실손보험업계의 이해가 맞물린 가운데, 실제로 실손보험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는 방안이 거론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낮추거나 지급률을 높이도록 강제할 수단도 없이 위탁 심사를 하는 건 국민이 아니라 실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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