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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4 18:58 수정 : 2016.02.24 19:21

“남북관계만 풀리면….” 벌써 몇 해째 스스로를 다독이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전공을 바꿔야 하는 건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나는 동국대 북한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이 시점에 취업이란 말은 잔인하게만 들린다. 남들은 비전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먼 얘기일 뿐이다. 얼마 전 학과 졸업식의 졸업생은 총 5명. 그중 네 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한 명의 소식은 알 수 없다. 최근 3~4년 사이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다고 소식을 전한 선배는 단 한 명, 학과에 길이 남을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3~4학년 중 절반 이상이 서울 노량진에서 정모(정기모임)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첫 취업을 하기까지 정규교육 외에 평균 1.2년을 할애한다. 또한 2015년 취업 전문업체인 잡서치 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1년 이상 장기구직자는 1.6배 늘어났고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약 3분의 1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눈을 낮추고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일 의사가 있어도 취업의 문턱은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앞의 고용정보원 자료는 구직자가 취업에 들이는 비용이 평균 510만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뿐만 아니라 경제적 능력까지 필요한 것이다.

청년들의 현실은 암울한데, 정부는 헛발질만 한다. 청년들의 취업을 미끼로 부모 세대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말뿐인 청년정책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은 2015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직접일자리 사업의 참가자 중 1년 이상 고용이 유지된 이는 15.2%에 불과하고,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6.28%인 것에 비해 청년의 경우 2.7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과 연계한 청년취업대책 역시 정부의 대대적인 광고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 정부가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할 때 청년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어딘가에 쏟고 있을 때 청년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일단 알바라도…’라고 한숨을 쉰다. 또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청년수당으로 싸우고 있을 때 청년은 떼인 수당을 받기 위해 사업주와 씨름한다.

20대 국회에서도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비후보자 1426명 중 20~30대 후보는 56명(3.9%)이다. 이들이 모두 공천을 받을 수도 없고, 기존 정치인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당선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여야가 20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한 청년은 고작 1~2명이라고 한다. 도대체 20대 국회에서는 누가 우리를 위해 일할지 묻고 싶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이 청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당내의 청년위원회 주요 활동은 소위 ‘얼굴마담’ 혹은 ‘선거동원’뿐이라고 한다. 청년 정치인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실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얼짱, 스타성, 패기 등의 단어가 언론을 어지럽게 장악하고 있다. 희망차게 기대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은 미래일 것이다. 작은 희망의 단서라도 찾고 싶다.

박영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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