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 매화나무 꽃망울은 부풀어지고
산과 들은 연초록 싹들이 몬내 몬내 하는
봄날이 성큼 성큼인데 물대포에, 이 국가 권력에
무자비한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을 위해,
고통받는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이곳 보성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도보 순례단이여 옛부터 농자가 천하지대본이라 했거늘
산업화로 농자가 천하지 대파탄이요 대말살 정책으로만 치달아 물신화되어버린 현대문명의 아수라장에서
살수록 비인간화되어버린 비참한 현실에서 어찌 살란 말이냐
어찌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고 있으란 말이냐 보성에서 출발한 이 첫걸음이
우리 땅 방방곡곡 마을 마을을 지나며
국가로 인한 근심 걱정 분노 절망이 쏟아져 나오고
경제 경제로 착취당하고 천대받는 모든 삶들의 원통이 솟구치고
무작스런 개발로 논과 밭과 산과 강과 나무들의 울분이 드세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겹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한 걸음 한 걸음이 뭇 생명들의 짓밟힌 해원굿이요
진정한 해방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여기며
바람 불듯, 때가 되어 꽃이 피듯 가볍게도 걸으시길 사람을 만나고 마을을 지나고 물길 산길 걸으며
순례하듯 자신의 삶도 되짚어보고 진정한 자신도 만나
내면 깊숙이 틀어박혀 울먹인 속도 들여다보면서
더 큰 세상을 품어 안을 마음밭도 일구시길 지역 지역에서 함께나 걷는 사람들은
심각한 지역문제도 서로 공유하면서
사는 곳의 땅과 물과 햇빛과 바람이 있어
내가 있고 우리네 삶이 있다는 것도 느끼면서
나 아닌 또 다른 많은 생명들이 국가로 인해
심각한 고통 속에 있다는 것도 절감하면서 농토가, 농민이 얼마나 더 생생하게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을
걷고 걸으며 깊어지고 넓어지시길 여기 저기 치열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아져서
서울로 올라갈수록, 4차 민중총궐기 대회 날이 가까워질수록
한 걸음 한 걸음이 천의 물결을 이루고
만의 파도 수수천만 거대한 물결의 뜨거운 결의가 되어
폭력적인 국가권력의 캄캄 절벽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 나가던 백남기 농민처럼 두려움 없이 걸어가
이 무지막지한 권력 집단과 그 패거리들을
한판에 엎어치고 단번에 갈아치워 우리 세상 새 세상
밝으나 밝은 대동세상을 만들어
산천이 푸르러지고 논과 밭은 더더욱 짓푸르러진
대자연 속에 농촌 농민 세상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백남기 형을 위한
이 땅의 민주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이 간절한 도보 순례의 신선한 기운이
형에게도 세상에게도 곧바로 상통 화통하여
형은 벌떡 일어나시고 몹쓸 세상은 꺼져버리고
여럿이 함께나 손 맞잡고 오시기를
부춘 마을에 곧 봄꽃이 피고
앞산 뒷산 진달래꽃 무진장으로 일렁거릴 밀밭도 거닐으며
서로 서로 살릴 세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뚜벅 뚜벅 시원한 샘과 같은, 간난애기 젖줄과 같은, 늘 늘 고향과 같은
이 땅 논과 밭의 생명줄이여
대자연 속에 농민 형제들이여 한 걸음 한 걸음 뚜벅 뚜벅 오를수록 거대한 물결이 되어 바라는 것들이 창창히 요동치고
내려올수록 세상 삶들 온통 들깨운 혁명의 씨앗이 되길 보성을 출발한 도보 순례단이여! 송만철/보성 농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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