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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15 19:05 수정 : 2015.10.15 19:05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지금 한국의 섬이 저물고 있다. 크고 작은 섬들이 줄줄이 잊혀간다. 섬은 국토의 손과 발이다. 대한민국의 몸통이 육역이라면 손가락, 발가락에 해당하는 부분이 섬이다. 수족에는 오장육부의 건강을 관장하는 혈 자리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이곳이 건강하지 못하면 장애로 인해 심각한 불편을 겪는다. 지금 국토의 동쪽 섬인 독도가 예민하다. 서쪽으로는 연평도 일원이 그러하지만 일어서는 용, 중국이 서해안 섬들의 코앞에 있다. 남쪽 섬에서는 일본이 가까워 맑은 날이면 쓰시마섬이 건너다보인다. 임진왜란의 첫 발걸음이 닿은 곳도 섬이다. 그들은 섬을 징검다리 삼아서 온다.

고려시대 공도정책은 섬을, 그러니까 사실상 국토를 포기한 정책이었다. 해양항만 기술의 부족과 관리의 어려움이 낳은 실책이었다고 치더라도 지금은 어떤가. 고려시대의 공도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굳이 섬을 비우라고 강권하지 않아도 저절로 비어가고 있다. 해마다 유인도의 무인도화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섬에 대한 배려의 국가정책은 여전히 만나 뵙기 어렵다. 섬의 유일한 교육기관이던 학교는 모두 폐교되고 젊은이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섬을 떠나고 이제 세상을 떠날 노인들만 남아서 국토의 손발가락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떠나면 섬은 공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토는 작고 좁다. 그러나 바다의 영역을 포함하면 그다지 작은 영토도 아니다. 정부는 섬을 우수리처럼 취급하여 육역부만을 대상으로 개발계획과 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섬은 문화관광 측면에서도 숨겨진 보물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온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해산물 생산의 근거지이자 수출의 전략적 요충지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돌아와서 활기와 지역경제를 도모할 만한 곳이 섬이다. 섬은 알맞게 살 만한 곳이다. 굳이 아기들이 탄생하는 공간이 아니어도 좋다. 이른 정년퇴직 뒤, 공기 좋고 물 좋은 천혜의 환경 속에서 반농반어로 유유자적 생활비 적게 들며 살기 좋은 공간이다. 육지에서 쌓은 나름의 경험을 지역민들과 나누면서 봉사하기도 적합하다.

이 나라의 섬들이 너무 홀대받고 있다. 당장 내년도 예산편성안을 보아도 지원정책이 너무나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 섬을 외면한다는 것은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지자체가 감당하기에 벅차다. 섬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 전략이 장기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도농상생에 이어 육도상생의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윤미숙 전라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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