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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11 19:07 수정 : 2015.03.11 19:07

원자력발전소가 요즘처럼 주목받은 적이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광범위한 피해와 그 지속성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엔 대형지진과 지진해일이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원전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안전이 관리되었다면 이와 같은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안전감시 활동이 절실하다.

최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폐쇄적인 안전심사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보고서를 보고 여러 안전기준 가운데 하나인 ‘원자로 격납용기 규제요건’(R-7)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질의서를 보냈으나 한달 반에 걸친 연구(?) 끝에 온 한쪽짜리 답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곧바로 두번째 질의를 했지만 두달이 지나고 계속운전 안건이 통과된 지금까지도 답변이 없다. 또 일방적으로 문제없다고 하는 해명에 대해 확인하고자 국회의원을 통해 관련 기술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원전의 안전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직접 자료를 요구했는데도 거절당한 것이다.

원전의 안전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았듯 피해의 광범위성과 지속성을 고려할 때 유사시 한반도 모든 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문제다. 안전에 일말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우리 국민 누구든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필요에 따라서는 원전 사업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할지라도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은 한수원이 영업비밀 유지로 얻는 이익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은 믿어달라고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괜찮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지키는 한편 항상 감시를 해야 할 대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철저한 안전문화를 구축한 독일은 ‘네 개의 눈 원칙’(four eyes principle)을 적용해 독립적인 개인 또는 조직이 안전 문제를 항상 감시한다. 우리나라는 핵연료 제조, 정비, 설계 엔지니어링, 운영 발전, 규제검사와 심사, 연구개발 등 모든 기능이 전문 분야별로 나뉘어서 저마다 독점체계에 있다. 더더욱 모든 분야에 대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안전감시가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진흥위원장인 총리 산하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편성돼 있어 실질적으로 진흥에 의해 안전이 관리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안전 관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진흥의 시각으로는 안전이 제대로 인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홀하게 취급된 우리나라 규제기술 분야의 인력 수준은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하다. 원전 102기가 운영되는 미국은 관련 인력이 3000명 이상이며, 19기가 관리되는 독일은 2000명에 가깝다. 하지만 건설중인 원전을 포함해 30기를 관리해야 할 우리나라는 규제기술 인력이 고작 500명도 안 된다. 더욱이 이 수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격납용기 안전기준인 ‘R-7’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공방중인 R-7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은 계속운전 심사기준과 지침이 부실한 탓이다. 이는 안전기능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의 원전비리, 품질 위변조 등의 문제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안전기능이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고 규제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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