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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9 22:52 수정 : 2015.03.09 22:52

김창진 초당대 교수·문학박사

<한겨레> 3월5일치에 실린 리대로씨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한다’를 읽고 놀랐다.

리씨는 “한자혼용이나 한자병기는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말글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한자혼용과 국한자병용은 세종대왕이 글을 적은 방식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후 처음으로 지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海東 六龍이 나라ː샤ː일ː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로 시작된다.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구별하여 적었다. 이것이 국한자혼용이다. 또한 세종대왕이 아들 수양대군을 시켜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 역시 한자어에 대해 한자와 훈민정음을 함께 적어 표기한 국한자병용이다. 이처럼 한자혼용과 한자병기는 바로 세종대왕이 시작한 표기 방식이다.

우리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본뜻을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 세종대왕은 한자를 몰아내려고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아니다. 한자어는 기존에 써오던 대로 한자로 적고, 다만 적을 글자가 없었던 토박이말을 적기 위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다.

그 전통은 조선왕조 500년은 물론,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오랫동안 지켜져 내려왔다. 그 이유는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전용은 개화기 때 서양 선교사들이 한자를 모르는 무지한 백성들에게 성경을 읽히려고 한글성경을 펴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또 미국인 필립 제이슨(서재필)은 서양의 소리글자인 로마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여 <독립신문>에서 한글전용을 본격적으로 시도하였다. 이처럼 한글전용은 서양인들이 시작한 일로서 한국인의 민족 주체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늘날 한글전용은 첫째, 광복 후 군정청과 최현배씨 등이 합작한 정부의 강요에 따른 결과이지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뜻이 아니다. 둘째로, 2005년에 만든 ‘국어기본법’은 한글만 우리 글자라 규정하고 한자는 외국 글자로 취급하였다. 이렇게 정부가 끊임없이 국민에게 강요한 결과, 오늘날 우리 국민은 한자를 멀리하고 한글전용에 젖게 된 것이다.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한자혼용의 원칙을 세웠고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도 국한혼용의 칙령을 선포하였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잘못된 한글전용을 철폐하고 21세기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걸맞게 국한자혼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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