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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30 18:26 수정 : 2005.09.30 18:26

왜냐면

정보를 독점한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행정계획에 대한 정보는 전면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보공개법 1조를 오늘 다시 읽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글귀. 가슴에 사무쳐 온다. 그 깊은 뜻이 파산하고 마는 파행적 현실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사자의 감회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나는 정부 각 부처와 경기도, 파주시에 수백건의 정보를 청구했다. 지난 3월에만 20건이었다. 비공개 처분을 거둬달라는 행정심판도 3차례다. 그러나 정보를 움켜쥔 이들의 철옹성 같은 방어막을 뚫지는 못했다.

그 철옹성을 쌓아올리는 벽돌은 형형색색이었다. ‘업무가 많아 복사는 안되니, 와서 열람하라’(건설교통부 국토관리청, 환경부, 경기도). 웬만한 자료들은 두꺼운 책자인 경우도 많아 그것을 보려면 며칠을 그 기관에 상주해야 할 판이다. 법에는 분명 민원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개하도록 못박혀 있다. 그래도 볼 수라도 있으니 고마운 맘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수입인지를 사 보내면 보내주겠다’는 통고도 참고 넘어갈 만했다.(환경부, 행자부) 수수료를 자동이체로 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무슨 이유로 그것을 알고 싶으냐’는 추궁(?)에 지레 가슴이 쿵쿵거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산림청) 책자를 청구했는데 그 가운데 머리말이나 요약문을 제멋대로 토막내서 보내주었을 때도 그냥 넘어갔다. 원본을 청구했지만 원본필 도장이 찍힌 문서를 받아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고 주었어도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10일 내에 답변을 주도록 되어 있지만 소식이 없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연락이 오는 경우.(정보공개 주무부서인 행자부) 아무 연락이 없이 끝내 묵살되고 마는 경우들.

그러나 정보 공개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성능 좋은 요술방망이는 법 9조 1항 ‘비공개 대상 정보’. 그 가운데 내가 비공개 이유로 번번이 얻어맞은 조항은 5호 ‘의사결정 및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라는 것이었다. 실상 의사결정이 끝나고 나서 어떤 정보를 알아야 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그 결정을 뒤집기 위한 근거가 필요할 때 정도다. 실상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창출하기 위해서 미리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관료들은 자신들이 다 알아서 잘할 것인데 웬 성화냐는 식이다.

그런 경험 끝에 나는 ‘비공개 정보 항목의 명시’라는 규정이야말로 관료들이 정보공개를 회피할 절호의 피난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압권은 환경부의 ‘행정계획에 대한 환경성 검토 자료는 비공개’라는 지침. 부동산 투기 정보로 악용될 것을 우려해서 그렇단다. 그러나 이 규정이야말로 관료들의 독선에 국민의 알권리가 자리를 내주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은 대개 규모가 크고 그런 만큼 환경 훼손의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그 환경성 검토는 폭넓은 여론을 수렴해서 세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몇몇 관료집단의 손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를 독점한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행정계획에 대한 정보는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환경성 검토를 요청한 기관이 비공개를 요청하면 비공개’라는 규정도 이 법의 취지를 가로막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은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손질해야 한다. 관료들의 자의적 운용을 막아줄 수 있는 빗장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현숙/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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