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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30 18:25 수정 : 2006.01.17 00:19

왜냐면

우리는 청계천 복원 추진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생계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이들과의 합의 과정을 통해 생존권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며, 더불어 제대로 된 친환경, 그리고 올바른 역사복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청계천 복원의 성공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도시 빈민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청계천 상권은 오랜 시기 이곳에서 거주하거나 생계를 유지해온 상인들과 노점상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곳이다. 이러한 상권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도 스스로 각각의 독립된 업종들이 군락을 형성하거나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촘촘히 엮인 그물망처럼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등장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으로 내몰리거나 박탈당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 3천여명 중 2천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노점상들이 내몰리면 어디로 가겠는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들은 청계천변 골목 어디에선가 또 자리를 펼치고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잖은가? 그리고 막바지까지 생존권을 걸고 저항을 한 ‘전국노점상총연합’ 소속 900여명의 노점상들만이 동대문운동장에서 풍물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2004년 1월에 “관광명소로 만들어주겠다”며 노점상 쪽과 약속한 사항을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애초에 약속한 동대문운동장 전체 터를 반절밖에 내주지 않았으며, 900여 노점상들이 그 비좁은 곳에 촘촘히 앉아서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자 개장 초기에 평일 3만명, 주말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던 동대문 풍물시장은 차츰 손님들이 빠져나가 평일에는 개시도 못하는 노점상들이 부지기수가 되었다.

자구책으로 노점상들은 장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인당 70만원씩 무려 7억~8억씩 거둬서 전기공사와 지붕 차양 막 공사를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노점상들을 늘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이라는 금싸라기 땅의 용도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 불황이 청계천변 상인들을 비켜갈리 만무하다. 대부분이 영세한 작은 가게에 의지해 철물점이나 공방 같은 것들을 운영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한 축제분위기 마저 겹쳐 지대와 임대료까지 올러 세입자들은 죽을 맛이다.

우리는 청계천 복원 추진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생계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이들과의 합의 과정을 통해 생존권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며 더불어 제대로 된 친환경, 그리고 올바른 역사복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 서울 시장의 임기 안에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성과주의에 치우쳐 콘크리트 어항을 만들고 있으며, 환경 역사, 문화재 복원이라는 슬로건은 이미 무색해진 지 오래다.

비록 영세한 공구 상가일지라도, 오래된 구제물건을 파는 노점상일지라도, 한 평도 안 되는 방에 몸을 의지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청계천변에서 생을 일구고 있는 도시빈민들에게 관심을 갖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시는 필연적으로 공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낳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외국기업의 투자설명회를 통하여 경제적 가치만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서글픈 일이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이명박 서울시장은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김흥현/전국빈민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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