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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6 17:49 수정 : 2005.09.26 17:49

왜냐면

지급률 측면에서 본다면 민간보험의 부정적 측면이 확연히 드러난다. 보험 가입자가 100원을 부담했다면 건강보험은 국고지원을 곁들이고 비영리 공보험이어서 부담금보다 더 많은 108원을 돌려주는 반면, 민간보험은 영업이익 등을 제외하고 평균 62원만 돌려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질병보상을 상품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이 시판되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민간보험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국민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연 10조6700억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은 건강보험 수입의 47%에 이르는 규모로서 선진국에 비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3년 기준 전체 가구의 88.5%가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가입자당 평균 월 보험료는 9만3천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민간보험이라면 ‘건강보험 제도보다 충분하고도 다양한 고급 의료서비스’로 인식하는 반면, 건강보험은 ‘기본보험’ 또는 ‘보통보험’ 정도로 오해하고 있다. 이것은 두 보험의 구실과 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은 건강보험이 메우고 난 나머지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이어서 실제 기여도는 낮은데도 그 역할은 눈에 잘 띈다. 또한 스스로 가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민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급률 측면에서 본다면 민간보험의 부정적 측면이 확연히 드러난다. 보험 가입자가 100원을 부담했다면 건강보험은 국고지원을 곁들이고 비영리 공보험이어서 부담금보다 더 많은 108원을 돌려주는 반면, 민간보험은 영업이익 등을 제외하고 평균 62원만 돌려준다. 이와 같이 효율성 측면에서 민간보험은 건강보험과 비교 상대가 못 된다.

만약 민간보험사의 영업이익 등 38%를 포함해 보험료 전액을 의료비에 사용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간보험사들은 ‘건강보험에서 제공하지 않는 이런저런 서비스가 우리 보험에서는 가능하다’는 식의 옳지 않은 비교 광고로 공보험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또 일부 대형병원에 자사 민간보험 가입자들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 창구를 여는 등으로 계층 간 위화감마저 조장하고 있다.

민간보험을 왜 도입하고 어떻게 도입하려고 하는가? 도입 의도와 수단은 매우 단순하다.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료 욕구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능력껏 민간보험을 선택하여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간보험사에 국민건강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 또는 보험가입 희망자들의 진료정보를 주고 가입자에게는 세금공제 혜택을 늘려 민간보험 상품을 사도록 유인·권장하는 것이다.

올 하반기 중 실손형 상품을 시장에 내놔, 시장확대를 꾀하려는 민간보험사들조차 가입자들의 의료 과소비로 인하여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상품 판매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민간보험 도입’으로 민간보험사가 전 국민 또는 보험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 질병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면 가입희망자를 사전심사해 거부할 수 있고 위험요인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획기적인 영업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제공 관련 비용 일체를 민간보험사가 부담하겠다고 제의하는 것을 보더라도 ‘민간보험 도입’은 민간보험사와 의료공급자에게는 매력 있는 정책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민간보험시장의 확대는 민간보험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존 공보험의 발전을 심각하게 가로막거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본인부담금 전액을 보상해주는 실손형 보험상품을 억제하고 민간보험의 시장영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민간보험을 공보험의 보충수단으로 채택했던 프랑스가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보험사들의 의료공급 왜곡과 공보험 발전의 정체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자 때늦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 건강보험 제도는 이제 막 재정적자를 벗어나서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제와 고액·중증 질환자의 부담경감 조처 등 보장성 강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70~80% 수준의 보장성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의 안정적 유지를 위하여 법에서 정한 ‘준비금 적립금’을 비축할 여유를 갖지 못한 불안정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민간보험 도입’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경고와 같이 방임상태에서 이미 과도하게 형성되어 있는 민간보험이 국가 보건의료에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각종 통제·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한만호/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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