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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3 17:48 수정 : 2005.09.23 17:48

왜냐면

고속철도는 되도록 직선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리다. 천안아산역에서는 익산역까지 위 공리를 만족하는 철길을 깔 수 있다. 그러나 오송역은 전혀 그렇지 않다.

충북 불교계가 충남 불교계에 계룡산 살리기 운동을 위한 단체를 만드는 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결국 단 한마디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서 오송역은 가장 올바른 결정으로서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충남 불교연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대안 없는 발목잡기라고 비난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옳은 주장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더 좋은 대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천안아산역이다. 사실 대안이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천안아산역은 1992년에 경부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확정된 뒤 99년에 시험선이 완공되었을 때 이미 구조물이 모두 건설되어 있었다. 정부에서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계획하면서 이미 분기역 타당성을 조사했다. 후보지는 천안과 오송과 대전이었는데, 이미 그때 수도권과 호남 지방을 가장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천안아산역이 분기역으로 가장 알맞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원래 대안이 아닌 ‘옳은 결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천안아산역에 수요, 환경 따위 온갖 요소에서 뒤지는 오송역이 분기점으로 된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까닭도 공간이 없으니 여기에서는 논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천안아산역과 견주어 볼 때 오송역은 무슨 문제점이 있을까? 지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점은 다 제쳐두고 고속철도가 갖춰야 할 기본 원칙이나마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고속철도는 되도록 직선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리다. 곡선이 있다 할지라도 곡선 반지름이 7000m 정도는 되어야 케이티엑스(KTX)가 속력을 줄이지 않고 계속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천안아산역에서는 익산역까지 위 공리를 만족하는 철길을 깔 수 있다. 그러나 오송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노선 모양이 거의 적분 기호()같이 되어 버린다. 계룡산에다가 굴을 뚫어서 익산까지라도 직선으로 철길을 놓아도 모자랄 판인데,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계룡산에서 600m 정도나 비켜간다고 한다. 적분 기호도 모자라서 아예 S자가 되어버린다.

과연 케이티엑스가 제대로 속력을 내서 달릴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송역은 필수 정차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이것은 근거 없는 생각이라서 무시한다 쳐도 문제는 심각하다. 케이티엑스가 오송역을 지나친다 하더라도 중간에 행정수도역으로서 공암역이 기다리고 있다. 그 역마저 통과한다고 해도 다음 역인 익산역까지는 속력을 올리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 오송역 통과한다고 속력 줄이고, 그 뒤에도 S자 철길을 달리고 익산역에 설 준비를 하느라 한 번 줄인 속력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선도 돌아가는 바람에 익산까지 거리도 더 길다.

더 먼 거리를 더 느린 속력으로 가면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는 뻔하다. 철도 요금을 거리를 바탕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거리가 늘어나서 손님들은 더 많은 운임을 내고 더 느리게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이런 형편인데 사람들이 케이티엑스를 타려고 하겠는가? 그런 비판이 제기되자 건설교통부에서는 그 추가 운임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는가? 그 많은 세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지금 호남선 케이티엑스는 경부선 케이티엑스와 견주어 볼 때 형편없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경부선 케이티엑스는 버스와 견주어 볼 때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벌어주지만, 호남선 케이티엑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로 3시간10분밖에 안 걸린다. 지금 호남선 케이티엑스는 고속버스와 시간 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요금은 훨씬 더 비싸다.

앞으로 부가세가 폐지되고 고속도로 제한 속력이 올라가면, 고속버스는 고속철도와 반대로 더 싸고 빠르게 서울과 광주를 오갈 수 있다. 케이티엑스는 시간단축 효과로 승부를 보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앞에서 논증했듯이 오송역은 그 시간단축 효과를 철저하게 망친다.

이말고도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지금 오송역 분기론자들은 그런 문제점들은 과장되고 근거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오송역 근처가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면서 일단 빨리 공사를 진행하여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요즘에는 충북 불교계도 거기에 가세하여 지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속철도라는 중대한 국책사업에 지역이기주의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전태욱/부산광역시 장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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