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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3 17:46 수정 : 2005.09.23 17:46

왜냐면 반론 - 박창업씨의 ‘핵폐기장에…’를 읽고

군산시는 ‘지진 및 지진해일 대피요령’이라는 홍보물에서 시민 대처 요령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군산시가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난리를 떠는 것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지진 다발지역에 핵폐기장을 지을 것인가’라는 나의 글에 핵폐기장 부지 선정위원회 전문위원 박창업씨가 답글을 주셨다. 그는 그 글에서 내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으로서 과도하게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맞다. 나는 박창업씨 말대로 지질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전문성이 담보된 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군산이 핵폐기장 터로 부적합한 곳이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과기부가 고시한 핵폐기장 부지 적합 조건 가운데 하나인 “장기간에 걸쳐 역사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 규모 및 진도가 낮고, 또한 그와 같이 예상되는 지역이어야 한다”는 말은 지진 발생 빈도도 낮고 규모도 작아야 하며 진도도 낮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비로소 핵폐기장 터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들 하나하나가 필수적인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박창업씨는 “지진에 대한 위험성은 발생 빈도가 주위와 차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군산이 지진 다발 지역이라는 보도자료 해석을 인정하는 말이기는 하나, 지진 발생 빈도가 낮아야 한다는 핵폐기장 터 선정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조건임을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1990년 이후 전북에서 발생한 30건의 지진 가운데 진도 3.0을 넘는 지진이 11회였고 내륙에서 발생한 것이 19회였다. 지역별로는 군산이 6회로 가장 많았고 부안 5회, 익산 3회, 전주 정읍 무주 고창 완주 각 2회 등 전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8월7일치 〈동아일보〉는 ‘전북에 지진 잦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렇게 쓰고 있다. 이 기사는 군산이 지진 다발 지역임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군산시는 동남아 지진해일과 지난 3월20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여파를 확실하게 체험한 뒤 군산도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4월부터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에 대비한 시민 대처 훈련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군산시는 ‘지진 및 지진해일 대피요령’이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지진 발생 이전, 지진 발생시, 지진 발생 후, 지진해일 발생시 등 각 상황에 따라 시민 대처 요령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군산시가 군산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난리를 떨고 있는 것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내 글에서 ‘지진 다발 지역’ 문제는 군산이 핵폐기장 부적합지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든 논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박창업씨는 반론을 하면서 오직 지진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말이다. 27만명이 사는 도시에 핵폐기장을 지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핵폐기물은 장기간 인간과 생물권으로부터 격리하여 처분해야 한다. 군산이 그런 곳인가?

처분장은 군사활동으로 인하여 처분장 안전 운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지역이어야 하고 비행장이 근처에 있으면 안 된다고 과기부는 공시해 놓고 있다. 예정 부지인 비응도 옆에 군사시설(미국 공군기지)이 있다. 미군한테서 임대해 쓰고 있는 군산 비행장엔 민간 항공기도 수시로 뜨고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부지선정위원회 부지적합성소위 전문위원은 모른 체해 버렸다.

군산 핵폐기장 예정 터인 비응도가 국가산업단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창업씨는 답하지 않았다. 미 공군 폭격장을 만들겠다는 직도 문제도 모른 체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직 지진 문제만 덮어버리면 부지 적합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을 상대로 반론을 쓰게 되었으니 이참에 이 위원회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을 해야겠다. 우리는 부지선정위원들의 전문성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못한다. 현재 건설되어 있는 핵발전소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과기부가 그 보도자료를 발표한 게 지난해 5월25일이었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부터 6월1일까지 네 차례 연이어 리히터 규모 5를 넘는 지진이 핵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을 강타했다. 남북한 통틀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이것을 무슨 말로 변명할 것인가?

1994년 굴업도를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목할 때, 정부는 이 섬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지층구조를 갖고 있다며 핵폐기장 터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활성단층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굴업도를 포기한다. 재작년 7월24일 산업자원부는 부지선정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부안 위도가 핵폐기장 터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예정 부지로 지목됐던 위도 치도리도 지하수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고 지하 암반이 파쇄대를 이루고 있어 핵폐기장 터로는 부적합한 곳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런 예들은 부지선정위원회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무척 궁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부지선정위원회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의도에 맞추어 움직였을 따름이지 핵폐기장으로 적합한 터를 선정하기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영진/군산영광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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