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2 18:00
수정 : 2005.09.12 18:00
왜냐면 반론 - 김영진씨의 “지진 다발지역에…”를 읽고
투고자는 보도자료에 묘사된 L자 형상의 분포가 마치 학계에서 인정되어 있고 또 위험한 지진 다발지역이란 뜻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형상도 학술적으로 인정된 것은 전혀 아니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후보 터에 대한 지진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성 평가를 위하여, 일차적으로 후보 터와 그 주변 지역의 단층 및 지진 활동에 대한 모든 기존의 학술적 보고서와 논문을 검토·분석하고, 이차적으로 추가적인 지질조사, 물리탐사 및 시추작업을 하여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중에는 아직도 과도하게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김영진씨는 〈한겨레〉 9월6일치 “지진 다발지역에 핵폐기장 지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5월25일 발표한 보도자료는 군산을 지진이 잦은 지역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보도자료는 ‘최근의 국내 지진은 평양-군산-경주를 잇는 엘(L)자 형상을 보이고 있으며’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주장을 하였다. 또 “국가가 제시한 기준에도 맞지 않는 지역을 볼모로 용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보도자료를 잘못 해석한 결과로 인하여 그 내용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당시의 보도자료에는 “지진은 주로 미국 서부해안과 일본, 필리핀 등을 잇는 환태평양대에서 발생하며, 그 경계에 위치한 일본은 리히터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연 4000회 정도 발생하나 지진대 밖에 있는 우리나라는 매년 1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국내 지진은 평양-군산-경주를 잇는 L형상을 보이고 있으며, 원전지역에서의 지진 빈도는 특별히 다른 지역보다는 높지 않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곧,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국내 지진은 활동이 크지 않고, 분포는 L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그 선상에 있는 곳이라도 원전에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진앙이 비교적 정확히 계산된 계기지진의 분포를 볼 때, 국내 지진의 분포는 다소 산발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므로 분포형태를 단순한 기하학적 선형분포 모델로 정하기가 어렵다. 진앙의 분포로부터 지진의 발생 원인을 유추하기 위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선구조 모델을 모색해 왔으나 그 위치와 형태에서 통일된 안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보도자료에 L자 형상의 지진분포라는 것도 이들 여러 형태 중의 하나다. 물론 이 형상도 학술적으로 인정된 것은 전혀 아니다. 투고자는 보도자료에 묘사된 L자 형상의 분포가 마치 학계에서 인정되어 있고 또 위험한 지진 다발지역이란 뜻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지진에 의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지진의 발생 빈도가 주위와 차이가 있다는 것 정도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큰 지진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하는가 하는 것 등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이 된다.
참고로, 기상청이 지진 관측망을 가동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에 기록된 남한과 이에 가까운 지역의 지진의 진앙 분포를 보면, 경기도 서부와 강원도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분포밀도가 적을 뿐이다.
박창업/부지선정위원회 부지적합성소위 전문위원·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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