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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2 17:58 수정 : 2005.09.12 17:58

왜냐면

협조하는 부처가 돼야 할 건교부가 입법을 주도해 가는 것을 보면 ‘보전적’ 경관법이 아니라 ‘개발적’ 경관법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40년 동안 국토를 훼손하고 파괴해온 건설교통부가 국토보전을 하겠다며 경관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물론 그 자체로는 경사스러울 정도의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나랏돈으로 땅장사 집장사 하는 대한주택공사가 끼어들어 “총대를 메겠소”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신개발지에 창궐하는 떴다방이 어김없이 나서서 “우리도 한몫하겠소”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건교부는 문화관광부가 이미 준비하고 있던 일을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에 검토하도록 했고, 연구원은 그 전공자가 없자 주위의 몇몇 학자들에게 부탁했다. 그들은 학회 이름을 내세워 신도시 개발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그 전문가들은 해당 분야에 맞는 사람들도 아니고 국토보전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무릇 국가의 법이 만들어질 때는 국민이 모두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입법의 취지를 알리고 국민의 이해와 호응을 유도한 다음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은 몇몇만 모여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요식적으로 거치며 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관법은 국토의 양호한 경관을 보전하는 것(보전)을 기본으로 그것을 가꾸고(관리) 좀더 좋게 하는 것(형성)이 원론적 내용이다. 이 경관을 다루는 분야는 국토를 구성하는 역사문화(문화유산), 자연환경, 농산어촌에 산재하는 생활유산 등이다. 여기에 도시경관도 역시 한 요소로 포함된다. 이것들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찌 건교부 관련 학자들뿐인가. 정부 부처로 본다면 문화부, 환경부, 농림부 등이 주요 부처가 될 것이고 건교부는 오히려 한 단계 아래에서 협조하는 부처가 된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나서서 주도해 가는 것을 보면 ‘보전적’ 경관법이 아니라 ‘개발적’ 경관법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더욱이 이 법은 규제법이 아니다. 유도 및 지원법 성격이다. 왜 그들을 배제하여 좋은 법을 ‘뒷골목 사생아’처럼 ‘경관동호회법’으로 만들려 하는가?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그 대응책을 요구한다. 첫째는 추진 주체의 문제다. 이 법 제정을 추진할 적당한 기관은 건교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부서가 아닌 보전부서가 담당해야 하고 그 자원을 관리하던 부서가 그것을 더욱 심화시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추진 방법과 과정의 문제다. 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관련 학자들에게 널리 공지하여 그들의 참여로 활발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연구와 시안의 내용 문제다. 내용에서 재단이나 위원회 설치는 깊은 연구가 결여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존법들과의 상충,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전혀 전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국토계획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농산어촌개발촉진법 등과의 관계 설정, 그에 관한 법률,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운용에 관한 법률적 조항을 병행하거나 앞서서 연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건교부는 이제라도 입법 추진을 중지하고 해당 부서와 의논하여 모든 관련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모여 조사하고 연구하여 공정한 법을 만들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혹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서는 안 된다.

김란기/문화유산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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