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난달 12일 공식 폐쇄된 매향리 사격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농섬 토양오염 조사 결과, 납은 전국 평균보다 최고 521배나 높게 나왔고, 구리는 전국 평균 13.3배, 카드뮴은 23.1배나 많이 나왔다. “북한은 헌법상 미수복 지역이어서 대한민국 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군 공여지는 미국 땅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환경부 관계자가 자료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꺼냈다는 말이다. ㄱ아무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조차 ‘미군’과 ‘한-미 행정협정’을 넘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용산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에 따라 2011년까지 서울, 의정부, 동두천, 부산 등 미군기지 46곳과 훈련장이 반환될 예정이어서 현재 환경오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오염 조사는 미군이 아니라 국민혈세로 진행된다. 그런데도 두 나라 합의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환경오염 조사내용 공개가 거부되고 있다.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조차 자료 제출을 거부당한다. 반환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지난달 12일 공식 폐쇄된 매향리 사격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농섬 토양오염 조사 결과, 납은 전국 평균보다 최고 521배나 높게 나왔고, 구리는 전국평균 13.3배, 카드뮴은 23.1배나 많이 나왔다. 1992년 환경오염조사 절차 없이 반환받은 캠프 이즈벨, 캠프 리비, 캠프 에임즈도 국립환경연구소의 토지오염 조사 결과, 일반지역보다 납 성분은 최고 24배, 카드뮴 최고 7배가 오염된 것이 밝혀졌다. 69년 닉슨독트린으로 미군이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서부전선도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군은 35년 전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에 주둔했는데, 당시 군용 폐기물로 인해 곡물이 자라지 않는 죽은 땅이 된 곳도 있고, 토양에서 검은 기름띠가 흘러나와 임진강과 한강으로 스며드는 곳도 있다. 미군이 철수한 지 35년이 지났는데도 미군 철수지에는 군 시설물로 사용된 뒤 방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뒤덮여 있다. 이 지역은 68~69년 미군이 고엽제를 살포한 곳이기도 한데, 한차례도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곳이다. 나라가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외면한 현장이다. 42만평에 미군 저유시설이 있었던 인천 문학산에서도 미군기지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암 등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환경단체들의 끈질긴 요구에 밀려 31년이 지난 2001년에야 토양 및 지하수 오염조사에 착수했다. 주한미군은 53~68년까지 문학산에 유류탱크 22기를 설치 운영했고, 70년 국방부에 인계했다. 물론 한-미 사이에 환경오염 조사절차가 마련되었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염 정화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춘천 캠프 페이지는 과거 핵배낭 저장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어 방사능 조사도 벌였다지만 결과는 오리무중이다.미군이 떠난 뒤 환경재앙을 당하고 있는 필리핀을 기억해야 한다. 2002년 필리핀 미군기지정화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독성 폐기물 오염으로 인해 백혈병, 암, 심장질환, 돌연사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296명, 사망자가 224명으로 나타났고, 수비크만 기지로 인한 독극 폐기물 오염으로 피해자는 총 1934명(환자 1120명, 사망자 814명)에 달했다. 반환 미군기지 환경조사는 단순히 두 나라의 국방·외교 문제만이 아니다. 헌법에 명시한 국민의 생명과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환경오염 조사를 벌이고도 한-미 합의사항이란 이유로 국회에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기지 내부에만 국한된 조사를 외부까지 확대하고, 매향리 사격장, 공동경비구역(JSA)처럼 절차를 위반하지 말고 반환기지에 대해 100% 환경오염조사를 벌인 뒤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국방부와 환경부에 묻는다.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보다 미군과의 합의가 더 중요한가? 박신용철/서울문화유산연대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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